[기자의 눈]길진균/강금원씨의 '자업자득'

  • 입력 2003년 12월 4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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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죄양이 됐으니 분이 풀렸다면 이제 정치권도 그만 화해하고 나라를 위해 일해 달라.”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姜錦遠) 부산 창신섬유 회장은 3일 밤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이 같은 말을 남긴 채 검찰의 호송차에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보였던 강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구속을 예감한 듯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한 과정과 노 대통령과의 ‘인간적인 관계’ 등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검찰에 1차 소환되기 전인 지난달 강 회장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대통령 측근들의 군기반장” “대통령의 마음을 유난히 잘 읽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부안 핵폐기장과 이라크 파병문제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 후 그는 계속된 언론 인터뷰에서도 “나는 노 대통령 측근 중의 측근” “대통령과 서로 막말도 할 수 있는 사이”라며 힘을 과시해 ‘사설 부통령’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실제로 그는 노 대통령 부부와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구린 데가 전혀 없어 이렇게 할 말은 하는 것”이라며 도덕성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조사 결과 그는 회사 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와 의심스러운 돈 거래를 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물론 강 회장으로서는 검찰 수사에 불만이 많을 것이다. 그는 검찰에 두 번째 출두한 2일 기자들에게 “나에 대한 조사는 검찰의 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검찰이 특검을 의식해 자신과 회사에 대한 무차별 조사를 했으며 자신은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희생양이기만 한 것일까. 그가 구설수에 오르고 구속까지 된 것이 자업자득인 측면은 없을까.

그의 좌충우돌식 발언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희화화해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정치불신을 조장한 측면이 적지 않다.

더구나 그의 발언에서는 마치 자신이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치적 비중이 있는 것처럼 망자존대(妄自尊大)하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검찰 관계자도 “예전에는 일반인에게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지방 사업가가 새 정부 들어 그처럼 망자존대하게 된 그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가 감옥생활을 통해 ‘미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길진균 사회1부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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