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482회…귀향 (16)

  • 입력 2003년 12월 3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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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는 겨우 1년을 제대로 다니고, 엄마의 고통이 심해지고부터는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아편을 피우게 해드렸어… 보들보들한 갈색 환약을 바늘에 찔러서 호롱불에 살짝 그을려 곰방대에 꼭꼭 눌러 담고, 대통을 밑으로 해서 불을 붙여 엄마 입에 물려주는 거야. 엄마가 연기를 빨아들이면, 하나 둘 셋 넷, 하고 천천히 세는 동안 숨을 멈추라 하고… 축음기 회전판에 레코드를 살며시 올려놓고, 크랭크를 돌리고 바늘을 내리면, 엄마는 흥얼흥얼 노래하면서 잠이 들었어, 그리고 눈을 뜨면 또 아편을 피우고, 꾸벅꾸벅 자면서 흥얼거리고… 엄마는 조선 노래든 일본 노래든 구슬픈 노래면 뭐든 다 좋아했어. 그래서 난 산소를 찾을 때마다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를 불러드려.

꽃잎 배 띄우고 흐르는 물

내일은 어디로 흐를지 몰라도

물에 비친 우리 두 사람 모습

사라지지 말기를 언제까지나

엄마는 결국 두 달 전에 죽었어. 마흔여덟 살이었지. 마흔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은 1월 3일이니까, 열흘만 더 목숨줄을 잡고 있었더라면 같은 날에 갔을 텐데… 그 날, 엄마가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깨어나, 두 팔을 힘들게 들어올리고 자기 목을 죄는 시늉을 하기에, 나, 또 아편을 드렸어… 그랬더니 다시 금방 눈을 감고, 풀무처럼 거칠게 숨을… 그래… 맞아… 내가 죽였어… 엄마는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 주었어… 무엇이든 내가 바라는 것이면… 그래서 나도 엄마의 소원을 들어준 거야… 엄마만큼 나를 사랑해 준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사랑해요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예뻐한 것이겠지? 재혼해서 낳은 열 살 아래 남동생은, 가문을 이을 아들인데도 안아주지도 않았으니까… 이 세상에서 엄마가 좋아한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엄마를 사랑하고 그리고 버린 사람… 사랑해요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일본가요 蘇州夜曲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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