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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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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들은 짚신에 고무신, 집에 좀 여유가 있으면 운동화를 신고 다녔지만 나는 특별히 주문한 가죽 구두를 신고 학교에 다녔어. 한 켤레는 갈색 단화고, 또 한 켤레는 앞끝이 동그란 검정 구두였지.
열여섯 살 때 엄마하고 같이 미장원에 가서 단발머리에 파마를 했어. 엄마는 미장원 언니들에게 ‘영화의 벗’을 보여주면서, 우리 딸아이 머리 다카미네 미에코처럼 해 달라고 했지. 거울에 비친 나는 조금도 다카미네 미에코를 닮지 않았는데, 엄마는 내 얼굴에 아몬드 파파야 크림을 바르고 키스미 볼연지와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는, 아이고, 다카미네 미에코하고 똑같다, 아이고 내 새끼, 이쁘기도 하지, 하면서 머리카락을 쓰다듬고는 볼에다 마구 뽀뽀를 해댔어, 아이고 이뻐라 귀여운 우리 새끼.
머리는 스스로 묶자, 파마는 사치다, 사치는 적이다, 그런 표어가 나돌았던 시절인데, 교장 선생님 역시 우리 단골이라서, 무슨 일이든 너그럽게 눈감아 줬어.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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