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매각’ 코리아텐더 선수들 “이제 농구만 할래요”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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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넘어간 거 맞죠? 이제 마음 편히 뛸 수 있겠네요.”

그림자를 걷어낸 그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보였다. “파이팅”이라는 함성 소리가 유난히 크게 메아리쳤다.

KTF로 농구단 매각이 확정된 17일 오후 코리아텐더 선수들은 여전히 남의 체육관을 빌려 운동을 하고 있었다. 상무 농구팀이 한양대와의 연습경기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경기 성남시 국군체육부대에서 ‘동냥(?) 훈련’을 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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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떨어진 기온에 난방도 안돼 입김이 나왔지만 그래도 그들은 미소를 띤 채 코트에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돌아온 하마’ 현주엽은 “이번에는 전혀 몰랐어요. 구단에서도 혹시 일이 잘못될까 싶었는지 전혀 귀띔조차 없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동안 코리아텐더는 숱한 매각설이 나돌았지만 매번 헛소문으로 끝나 선수들의 가슴만 태울 때가 많았다.

99년 SK나이츠에서 골드뱅크(현 코리아텐더)로 트레이드된 현주엽 역시 연고지와 구단 명칭이 두 차례나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군에서 제대해 복귀했지만 이런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현주엽은 “변변한 연습장도 없어 개인 운동과 야간훈련은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숙소와 훈련장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 힘들었죠 ”라고 말했다.

기업은행과 나산을 거쳐 이번에 5번째로 유니폼을 바꿔 입게 된 주장 김용식도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고생이 많았는데 입단 8년 만에 드디어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슈터 황진원은 “이제 우리도 우리 체육관에서 그동안 못한 운동 마음껏 할 수 있겠죠”라며 반겼다.

코리아텐더는 그동안 전용체육관이 없어 대학 체육관을 전전하며 어렵게 운동해왔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사설 헬스클럽에서 아저씨 아주머니 틈바구니에 끼어 해야 했다. 지난 시즌까지 연고지였던 여수에선 방 하나에 두세 명씩 자며 생활했고 올 시즌부터 바뀐 연고지 부산에선 모텔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헝그리 투혼’이라는 달갑지 않은 찬사 속에서 지난 시즌 4강 돌풍을 일으켰다.

코리아텐더 추일승 감독은 “선수들이 더 나은 분위기에서 해보자는 의욕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올라간 사기만큼 더 나은 성적이 나도록 팀을 이끌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18일 부천 전자랜드전은 코리아텐더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경기이고 22일 부산 LG전은 바뀐 유니폼을 입고 뛰는 첫 경기.

“더 열심히 해야죠. 지켜봐 주세요.”

홀가분하게 새 출발을 다짐하는 코리아텐더 선수들의 발걸음은 유달리 가볍기만 했다.

성남=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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