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머독의 제국

입력 2003-11-05 18:36수정 2009-10-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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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 제국의 통치, 그리고 자식사랑.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의 공통 키워드다. 명분 없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이라크전쟁을 이끈 이는 부시 대통령이었다. 미국의 강경 보수매체 폭스뉴스 소유주인 머독씨는 전쟁을 주장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든든한 후원자다. 부시 대통령이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소프트파워를 가득 채운 오만으로 ‘아메리카 제국’을 지휘한다면 머독씨는 신문 TV 위성방송 영화 출판 등 전 세계에 걸친 ‘미디어 제국’을 통치한다.

▷며칠 전 부시 대통령은 쌍둥이 딸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내년 5월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의 연기를 요청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때로는 사소한 일이 국제정치를 결정한다”고 비꼬았을 정도. 72세의 나이로 올해 초 여섯 번째 아이를 낳아 유별난 자식사랑을 과시했던 머독씨 역시 사흘 전 다시 한번 부정(父情)을 세계에 알렸다. 작은아들 제임스씨를 자신의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영국 위성TV 'B스카이B'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것이다.

▷머독씨만큼 극단의 평가를 받는 사람도 흔치 않다. 51년 전 부친에게 물려받은 호주의 출판사업을 ‘제국’으로 키워낸 글로벌미디어 황제, 언론민주주의의 화신이라는 극찬이 있는가 하면 미디어제국주의의 수괴, 세계인의 정서를 오염시킨 저질 영상장사꾼이라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나는 이윤을 위해 미디어를 경영한다. 존경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는 그의 언론관은 오늘날의 미디어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저돌적 야망과 대담성, 마키아벨리 추종자로서의 권모술수 등은 미디어제국을 일군 밑천이었다. 치열한 미디어 정복전을 치르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결국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걸까. “나는 영원히 은퇴 안 한다”던 머독씨도 신문부문은 큰아들 레이클란씨에게, 방송은 작은아들 제임스씨에게 맡겼으니까.

▷우리나라 같으면 새파란 재벌 2세의 경영권 상속도 ‘보통일’이지만 영국은 들끓고 있다. 머독씨의 B스카이B의 지분이 ‘고작’ 35%이고 나머지는 다른 주주들 소유인데 누구 마음대로 경영세습을 결정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야 어찌 주주의 이익을 챙기고 비판적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제임스씨는 홍콩 스타TV를 흑자로 만드는 등 경영능력은 있다는 평가다. 중국에 위성TV를 진출시키기 위해 파룬궁을 비판해 중국정부의 비위를 맞추는 등 아버지의 사업수완도 이어받았다. 그의 앞날이 어떤 미디어콘텐츠보다 흥미진진할 것 같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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