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블랙잭’에 빠진 어느 국회의원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18분


코멘트
지난 주말 미8군 사령부 카지노장 고객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고 본보는 보도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중에 현직 국회의원이 버젓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송영진 의원이 당사자다. 새벽 시간 게임에 열중하는 송 의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송 의원은 “카지노에 처음 갔으며 거액 도박이나 상습 도박을 한 적이 없다”며 사과했으나 그렇게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미군부대에 출입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한국인 출입이 금지된 영내 카지노장에까지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나라 사정은 참으로 어렵다. 정국은 대통령 재신임과 대선자금 문제 등으로 혼란스럽고 경제는 내리막길이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심각한 국론분열도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의원들이 나라살림을 살펴보고 챙겨야 할 정기국회 기간이다. 이러한 때에 현직 의원이 새벽까지 미군부대 카지노장에서 도박에나 매달리고 있었다니, 이는 그를 뽑아 준 유권자를 배신하고 우롱하는 일일뿐더러 국민 세금을 축내는 몰염치한 행태다.

송 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자민련을 국회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기 위한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에 동참했던 인물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마치 물건처럼 정당간에 주고받은 헌정 왜곡에 별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던 인물이니 미군부대 카지노장에 출입하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3류 정치인’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제 창당준비위를 결성한 우리당은 송 의원을 중앙위원과 충남지역 창준위원장에 임명했다. 개혁을 표방하며 출범한 신당의 주요 당직자가 미군부대 영내에서 도박이나 하는 인물이래서야 신당과 개혁의 이미지가 살아날지 의문이다. 국민은 우리당이 송 의원에게 어떤 조치를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다. 유권자들은 그의 이름을 선거 때까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