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9만9000원에 ‘알뜰’ 日온천여행

  • 입력 2003년 10월 15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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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 지옥탕 가운데 빨간 빛깔의 물이 끓어오르는 지고쿠 메라이(피의 지옥). 조성하기자
벳푸 지옥탕 가운데 빨간 빛깔의 물이 끓어오르는 지고쿠 메라이(피의 지옥). 조성하기자
‘《‘싸면서 좋은 것?’ ‘없다’가 정답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이룬 ‘유통혁명’에서는 간혹 그런 것도 등장한다. 프리랜서 트래블라이터인 천세리씨가 지난주 ‘29만9000원’짜리 4박5일 일본 온천패키지에 갔다온 뒤 경험을 정리한 여행기를 소개한다.》

이 돈으로 일본을 5일간 여행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황당함이란. 보나나마 뻔하지. 현지에서 반강제로 팁 걷고 와장창 바가지 씌우는 옵션투어 등등. 동남아에서 늘 그런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려니 지레짐작하고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그러나 ‘노팁 노옵션’이란 말에 ‘혹시나’하고 홈페이지를 뒤졌다. 상품내용을 읽으면서 ‘역시나’의 자괴감 보다는 ‘혹시나’의 기대감이 더 커졌다. 반전의 계기는 한일간을 심야 크루즈 여객선(부산↔시모노세키)으로 오간다는 대목이었다.

상담과정에서 여객선과 호텔 객실은 ‘블록’(Block·일정량 사전 확보)예약으로 저렴하게 공급받고 그 가격으로 박리다매할 경우 실비로 여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이 ‘혹시나’투어에 도전했다. ‘역시나’를 각오한 모험이었지만. 오후 5시 부산항. 승선 후 저녁식사를 마치니 배가 출항했다. 배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내일 아침에는 시모노세키에 닿는다. 배정된 객실은 다인실(5∼6인실). 3만원을 더 내고 2인실로 업그레이드했다. 배안 시설은 다양했다. 전자오락실, 노래방, 대중목욕탕, 레스토랑 등등. 이정도면 하룻밤 배 숙박도 할만했다.

아침 8시 시모노세키 항(港). 부산항에서 동승한 가이드를 따라 전용관광버스로 규슈여행을 떠난다. 첫 행선지는 일본 최대의 온천타운인 벳푸. 히가시시야노 폭포, 땅위로 표출된 유황 밭에 움막형 집을 짓고 거기서 유황증기욕과 온천욕을 즐기는 유노하나에 들렀다. 벳푸 명물인 지옥(탕) 순례도 빼놓지 않았다. 고온의 유황탕에서 삶은 온천달걀도 맛보았다.

숙소는 온천호텔. 온천욕 후의 저녁식사는 일미였다. 온천욕이 식욕을 돋운 덕이다. 이튿날 일정은 아소산과 구마모토다. 활화산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아소산 분화구까지 올랐다. 활화산의 분화구를 직접 들여다보는 것은 희귀한 체험이었다. 쿠마모토 성은 일본 3대 성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름다운 성이다. 성채 안의 성 내부까지 보면서 꼭대기의 덴슈가쿠까지 올라가 파노라마로 펼쳐진 주변 풍경도 보았다. 성을 본 뒤에는 호텔로 이동했다. 물론 온천호텔이었다. 저녁 식사 전 잠깐 빈 시간에 주변의 시내를 둘러봤다. 자전거로 통학하는 교복차림의 여학생, 60년대 말 종로통을 운행했던 것과 비슷한 낡은 전차, 너무도 친절한 상점주인. 모두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튿날. 일행은 2시간 거리의 후쿠오카로 갔다. 여기서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규슈 최대 도시답게 후쿠오카 시내에는 백화점과 상가가 밀집해 있었다. 쇼핑하기에 제 격인 곳이다. 그러나 자유시간은 딱 2시간. 쇼핑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꼭 필요한 곳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다음날 아침. 부산행 크루즈 여객선을 다시 타기 위해 시모노세키 항으로 가는 도중에는 ‘학문의 신’을 모신다는 텐만구 신사에 들렀다. 수능을 앞둔 학부형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기도 방식은 달랐지만 애원의 심정은 더 절실한 듯 했다. 규슈와 혼슈를 잇는 관문대교를 건넜다. 오후에 승선, 하룻밤을 보내면 부산항에 도착한다. 4박 5일의 일정은 여기까지다.

●여행 리뷰

‘혹시나’투어의 요점을 정리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나’는 기우다. ‘가격 대비 즐거움’에서 ‘압권’이라고 평한다면 너무 후한 걸까. 호텔(2박), 전 일정 제공된 식사 모두 괜찮은 편이었다. 전 일정 가이드 동반이어서 일본어를 할 줄 몰라도 된다는 점도 여행자편에서는 편리한 점이다. 여객선과 버스(현지 및 부산항 오갈 때)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단체 모임이나 수학여행 등에 활용하면 아주 좋을 듯 하다. 단점이라면 부산까지 오가는 수고와 경비가 든다는 것. 현지투어는 ‘이틀 반’인데 전체 일정은 5일이 걸린다. 그러나 이 상품이 시간을 ‘경비 절약’으로 보상해 준다는 것을 알고 나면 단점 자체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시간 여유가 있는 장년층에게 좋을 듯 하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이 크루즈 여행에서만큼은 들어맞지 않았다. ‘노팁 노옵션’도 사실이었다. 친절한 가이드에게 팁 대신 마음으로 인사를 드린다. 일본도 이제 단풍철이다. 이 투어는 단풍 구경에도 좋을 듯 하다.

●여행 상품 정보

▽상품=‘가을온천여행 크루즈’.

▽문의=㈜여행박사(www.tourbaksa.co.kr) △서울=02-730-6166 △부산=051-442-1451 △대구=053-421-9989 △광주=062-269-1001 △대전=042-471-4770

▽참고=‘노팁 노옵션’은 11월 말까지만.

천세리 프리랜서 트래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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