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법 정치자금 발본색원 계기로

  • 입력 2003년 10월 8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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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SK 비자금 수사가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소환통보를 받은 통합신당 이상수,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모두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과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선거자금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행을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올 7월 ‘굿모닝 게이트’사건으로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고백성사 형식의 자진 공개를 했다. 그러나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액수와 같은 데다 자금 제공자도 공개하지 않고, 객관적인 검증절차도 없어 신뢰도 공감도 얻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선관위에 신고한 금액 이외에 특별히 더 밝힐 게 없다며 여론의 공개 요구를 아예 외면했다. 두 당 모두 대선자금의 진실은 숨긴 채 어물어물 넘기고 만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비켜 갈 수는 없다. SK 비자금 중 수백억원이 여야에 건네진 단서가 포착되는 등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 대선자금을 포함한 불법 정치자금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전체의 문제라는 것은 이미 국민이 다 그러려니 짐작해온 일이 아닌가.

물론 소환 대상자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받아 100% 영수증 처리했다”(이상수) “재정위원장 타이틀은 갖고 있었지만 선거기간 내내 강원도에 있어서 아는 게 없다”(최돈웅)고 주장한다. 검찰은 그들의 주장대로 비자금 수수가 과연 합법적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숨기는 게 없는지 철저히 가려 국민의 의혹을 씻어 주어야 한다. 각 정당이나 소환 대상 정치인들도 ‘현대비자금 수사 물타기’라느니 ‘야당 탄압’이라느니 하며 더 이상 진상을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검찰이 ‘검은돈 정치’와 전쟁을 벌인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치권 또한 더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통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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