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로또보다 확률 높다”…이승엽 ‘홈런 신드롬’

  • 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01분


이승엽(27·삼성)이 프로야구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 달성 초읽기에 들어간 이승엽이 경기를 치르는 경기장은 잠자리채를 든 관중으로 넘쳐난다. 로또복권보다 당첨확률이 높다며 이승엽의 홈런볼을 낚아채 ‘대박’을 노리려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선 야구를 보러갈 때 글러브를 챙겨가지만 우리는 잠자리채다.

25일 광주구장에서 박대운씨가 잠자리채로 이승엽의 시즌 55호 홈런을 낚아채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된 뒤부터 외야엔 잠자리채가 춤을 춘다. 지난주 이승엽이 경기를 치른 광주, 부산, 대구구장의 매표소 앞에는 수십명의 잠자리채 상인들이 등장했고 일부 열성파들은 대형 마대자루로 직접 뜰채를 만들어 들고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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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잠자리채족’이 자리를 잡는 곳은 이승엽의 홈런볼이 날아올 확률이 가장 높은 오른쪽 외야. 지난주 이승엽이 치른 6경기에선 구장을 가릴 것 없이 외야 오른쪽, 외야 왼쪽, 내야 순으로 관중이 들어찼다. 평소 관전하기 좋은 장소인 내야석은 3등석으로 내려앉고 포수의 얼굴이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외야석이 1등석이 된 셈.

27일 사직경기에선 관중 난동으로 1시간34분 동안 경기가 중단되면서 내야 쪽으로 몰렸던 관중이 9회초 이승엽이 다시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상황이 되자 한꺼번에 외야로 몰려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잠자리채족’ 중에는 아예 이승엽의 경기일정을 따라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경기장 인근 여관에 여장을 풀고 장비를 점검한 뒤 일찌감치 경기장에 나와 자리를 잡는다.

이승엽을 좋아하는 건 삼성팬뿐이 아니다. 8개 구단 팬이 모두 그의 팬이다. 23일 광주구장에는 팬들이 내건 ‘홈런짱! 이승엽 광주에서 일내뿌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25일 이승엽이 아시아 타이기록인 55호 홈런을 때려냈을 때도 관중이 모두 일어서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7일 사직구장에서 난동이 벌어진 것도 이승엽에게 던진 고의 볼넷이 원인. 그만큼 이승엽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온 국민이 울고 웃는다.

이승엽의 홈런 신드롬 바람에 부인 이송정씨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25일엔 인터넷카페에 이송정 팬클럽(cafe.daum.net/leesj1004)까지 생겨났다. 프로야구선수 아내라는 이유로 팬클럽이 생긴 것은 이씨의 경우가 처음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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