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송두율 교수 귀국논란에 대해

  • 입력 2003년 9월 19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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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사회학자인 뮌스터대 송두율 교수의 귀국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8일 법원으로부터 송 교수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급받아 그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에 대한 조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을 다녀온 그가 북한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의혹에 대해 우리 법원이 ‘증거가 없다’고 하기는 했지만 ‘실체적 진실’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한 모양이다. 송 교수는 1993년 독일 국적을 취득했으며 37년 만의 귀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송 교수처럼 과거 해외에서 통일 및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인사들이 수십년간 고국 땅을 밟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씨는 끝내 고향 통영 땅을 밟지 못한 채 1995년 이국 땅에서 쓸쓸하게 숨을 거뒀고 유해마저 아직껏 돌아오지 못했다.

송 교수는 22일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귀국과 관련한 성명서에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열정과 상념을 더욱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정부 당국과 송 교수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예우를 갖춰 조사하고 당당하게 조사에 응하라는 것이다. 우선 송 교수에 대한 유연한 대처를 내비쳤던 당국이 돌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은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 않다. 체포영장이 없다고 해서 조사를 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어렵게 성사된 ‘해외 인사 고국 방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사려 깊은 대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송 교수 또한 오늘의 대한민국이 과거 독재정권같이 분별없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왕 귀국하기로 결정했으면 떳떳하게 조사를 받고 자신의 과거 ‘친북(親北) 행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럴 때 그의 고국 방문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화해와 통일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으리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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