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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2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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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의원이 기업과 중앙당 등에서 받아썼다고 밝힌 선거자금은 민주당 후보였던 2000년 총선 때가 9억원, 신한국당 후보였던 1996년 총선 때가 5억원가량이었다. 기억나는 것만 그 정도이고 실제로는 더 많았을 것이라고 하니 법정선거비용이란 말뿐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박 전 의원뿐만 아니라 여든 야든 정치인 대부분이 그런 ‘검은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선거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평상시에도 지역구 관리 등에 많은 돈을 써야하는 고비용 정치구조 속에서 누구든 탈법 불법행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선거 때 엄청난 돈을 써놓고도 선거관리위원회에는 축소신고하면 그만이었다. 며칠 전 유죄 선고가 있었던 세풍사건이나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불거진 현대비자금 사건도 불법 정치자금의 필요성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닌가.
지난 대선 이후 여야 정치권이 다짐했던 정치개혁의 요체는 바로 ‘돈 정치’의 추방이고 그래야만 정경유착의 고질병이 근절될 수 있다. 정경유착은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구조적 부패의 원천이고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박 전 의원의 불법 선거자금 고백을 정치자금 제도를 새롭게 정비해 우리의 정치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자면 많은 정치인들이 참회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를 고백한 정치인에 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용서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개혁 없는 개혁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정치자금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국민은 어떤 개혁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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