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뉴욕 미술의 발견'…뉴욕 미술시장의 속살

  • 입력 2003년 8월 15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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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술의 발견/정윤아 지음/244쪽 1만4000원 아트북스

풍운의 꿈을 안고 세계 미술 현장의 중심인 뉴욕에 도착한 저자는 어느 날 소호의 일류 갤러리에 들렀다. 넓은 공간에 그림을 다섯 점 만 내건 ‘쿨’한 기획에도 감동을 받았는데 전시회를 연 지 며칠도 안돼 작품이 팔렸다는 의미의 ‘빨간 스티커’가 그림 마다 붙어있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것. 뉴욕의 역동적인 미술시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감동은 이내 실망으로 바뀐다. 갤러리측이 작가의 인기를 과시하기 위해 돈 많은 단골 컬렉터에게 벌써 팔아치운 작품을 내걸었는가 하면 아예 팔리지도 않은 작품을 팔린 것처럼 위장해 거짓 스티커를 붙이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갤러리는 정말 ‘우아’를 가장한 음습한 거래처일까? 또 아트 딜러(화상·畵商)는 그저 파렴치한 장사꾼인가?

이 책은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저자가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뉴욕 미술 시장의 현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뉴욕 미술계를 떠받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인 ‘갤러리’ ‘경매장’ ‘미술관’ ‘아트 스타’를 중심으로 그들이 얼마나 치열한 머리싸움으로 오늘의 뉴욕을 만들었는지, 이너서클이 아니면 주류에 접근할 수 없는 뉴욕 미술계의 현실과 현란한 마케팅 전략을 취재해 정리했다.

먼저 ‘갤러리’편에서 뉴욕 갤러리들의 전시경향과 유명 아트 딜러들의 영향력을 살펴보고, ‘경매장’편에서 현대 미술의 경매 경향, 경매업체 소더비나 크리스티의 주도권 쟁탈전을 들려준다. ‘미술관’편에서는 휘트니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들의 전시 경향, 자금 조달 형태와 문제점들을 짚었고 ‘아트 스타’편에서는 장미셸 바스키아, 제프 쿤스 등 유명작가와 최근 미술계를 강타한 여성 작가들의 스타성과 시장성을 살폈다.

실망과 좌절로 출발한 저자는 뉴욕의 미술시장이야말로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비정한 정글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곳에선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꿈을 일구는 자들만이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 정글은 ‘언제나 언더그라운드를 지키고 키워낼 줄 아는 프로적인 감식안과 에너지로 충만하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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