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사 부실 고객에게 떠넘겨서야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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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이 최근 예금금리를 낮추거나 수수료를 올려 부실경영의 결과를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수익 창출의 원천인 고객에게 부당한 부담을 안겨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은 스스로 존립기반을 허무는 일이기도 하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사들을 파산 직전에서 구해낸 것은 일반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공적자금이었다. 금융사들은 일반 고객에게 아직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달 들어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했다. 또 일부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올리거나 취급수수료를 신설해 현금서비스 실질 수수료율이 최고 연 30%에 이르고 있다. 보험사들도 고객이 내야 하는 보험료를 조만간 올릴 태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상반기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된 금융회사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짜낸 대응책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자금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수신금리를 낮추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대출금리의 인하속도나 폭이 수신금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더라도 6월 말 현재 예금금리는 작년 말에 비해 0.54%포인트 떨어졌으나 대출금리는 0.34%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카드사와 보험사들도 조달금리 인상과 보험금 지급 증가 등으로 수수료나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을 하소연한다. 나름대로 사정이 딱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이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금융사들은 먼저 강도 높고 지속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금융사의 고질적인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대출심사 능력을 향상시켜 부실(不實)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예금금리를 낮추거나 수수료를 올리는 방법이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손쉬운 방법에 매달리다 보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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