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골칫덩이’ 고지행 복덩이됐네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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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지행
삼성 고지행
“아니, 바뀌어도 저렇게 바뀔 수 있나?”

12일 삼성-한화전에서 고지행(25·삼성)이 만루홈런을 뿜어내자 한화 유승안 감독은 탄식과 함께 이렇게 내뱉었다. 고지행은 본래 한화 선수. 유 감독 얼굴엔 ‘흙 속의 진주’를 놓친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재일교포 3세인 고지행(일본명 다카야마 도모유키)은 지난해 10월 테스트를 거쳐 올해 한화에 입단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어 배우기 싫다, 한국 야구는 이상하다’며 동료들과 떨어져 외톨이로 지내다 ‘한국에서 야구하기 싫다’며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의 능력을 아낀 유 감독이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그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고지행은 지난 4월 22일 임의탈퇴 공시됐고 이틀 뒤 한화는 삼성에 그를 트레이드했다.

그래도 고지행의 고집은 여전했다. 신용균 삼성 2군감독이 해결사로 나섰다. 신감독은 고교를 일본에서 졸업한 일본통. 신감독은 “한화에서 임의탈퇴로 끝나면 일본에서도 야구할 수 없다. 나도 처음엔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무척 힘들었다”며 복귀를 권고했다.

신감독의 간곡한 권유로 삼성 유니폼을 입기는 했지만 별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엔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코끼리’ 김응룡 감독이 나섰다. 고지행이 보는 앞에서 야구관계자들에게 “두고봐, 고지행은 내년이면 국내 최고 2루수에 최고 1번타자가 될 거야”라고 사기를 북돋아줬다.

그러자 불만투성이던 고지행이 달라졌다. 특타를 자원하는 등 야구에 전념하기 시작한 것. 성적도 쑥쑥 올랐다. 12일 현재 타율 0.268에 14타점. 수비 또한 나무랄 데 없다. 한화시절 시범경기 13경기에서 5개의 실책을 저질렀던 그는 삼성에 와서 46경기에 단 2개의 실책만을 기록하며 주전 2루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지행은 이제 그토록 싫어하던 한국야구에 재미를 붙였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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