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 외면하고 신당싸움 하더니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33분


코멘트
민주당 해체 불가, 이념정당 지향 불가, 인적청산 불가 등 민주당의 신당추진 모임이 어제 채택한 3원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신당 불가’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뭐라고 둘러대도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허망한 자기 부정이자 부도덕한 국민 기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권 출범 후만 따져도 무려 5개월여 동안 민주당을 허물지 않으면 여권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처럼 주장했던 그들의 논리는 다 어디로 갔나. 사생결단식의 당 내분으로 인한 국정 혼란과 민생 표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렇게 미봉한다고 주류 비주류간에 이미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이 메워질 수 있겠는가.

개혁신당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신당추진 세력의 회군(回軍) 이유는 실망을 넘어 분노감마저 안겨준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개혁신당을 추진한 것도 실은 총선 정략이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국정당이 될 수 있다면 의석수에 개의치 않겠다고 했던 그들의 호언도 허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들이 들고 나왔던 ‘잡초정치인 제거론’이니 ‘4세대 정당론’이니 ‘독자 신당론’이니 하는 것들을 돌아보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어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상황 변화에 따라 그리 쉽게 명분을 벗어던지는 그들에게 애당초 개혁 의지는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3불가론’은 결국 개혁도 신당도 모두 물 건너갔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실제로 인적청산 없는 정치개혁은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군소정당을 흡수통합하거나 아니면 개별 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어떤 형식으로 리모델링을 하든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당 갈등의 상처가 너무 깊어 전도도 험난할 것이다. 어쨌든 그들만의 신당놀음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리고 국정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여당으로서 기본 역할만이라도 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