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8월 1일 17시 2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접적지역인 강원 양구군 출신의 기자가 그동안 취재해 온 경험을 글과 컬러사진 자료로 엮어낸 비무장지대(DMZ) 현장보고서. 시각적인 다채로움도, 객관적인 르포도 소홀히 하지 않아 풍성한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는 ‘비무장지대 문제’와 ‘민통선 문제’를 혼동하거나 후자를 도외시하는 경향에 경종을 울리며, ‘생존권의 문제’로 접적지역의 현실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주민들이 ‘친북’의 의심을 받으며 고통 받는 일은 거의 사라졌지만, 오늘날도 이른바 ‘희귀생물’ 발견과 ‘생태계 보호’ 구호 때문에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 받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는 고발이다.
DMZ는 듣던 대로 ‘생태계의 보고(寶庫)’인가? 수많은 르포가 나왔지만 대부분은 철조망 바깥의 민통선에서 피상적으로 취재해 온 결과이거나, 다른 여러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생물종이 ‘모처럼 발견되었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된 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2001년까지만 해도 사계(射界) 확보를 위해 남북 양측이 산불 방화를 일삼던 DMZ 내에 ‘풍요한’ 생태계가 보전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곳과 똑같이 논밭 갈고 사람 사는 민통선 지역은 ‘생태계 차원’에서 다른 곳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수자원 문제도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한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지역은 금강산댐과 평화의댐 하류지역인 북한강 수계의 주민들이다. 이들은 물줄기가 말라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반세기를 거쳐 온 주민들의 애환은 때로 혀를 차게 만든다. 철원 ‘펀치볼’ 지역 ‘전략촌’에 입주한 주민들은 70년대 등화관제 때문에 고초가 심했다. 며느리의 출산 때문에 불을 지펴도 군인들에게 얼차려를 받았다. 드럼통을 굴리고 1km나 되는 길을 오르내리거나, 똥지게를 지고 종일 군부대 부식용 텃밭에 거름을 주어야 했다.
고엽제 부작용으로 몇 대를 걸쳐 고통 받는 주민들의 아픔, 삼국 ‘통일’에 희생적인 기여를 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묘는 군사분계선 안에 갇혀 버린 경순왕, 역대 대통령들과 묘한 인연을 지닌 인제 양구 지역의 사연들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