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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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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사회의 관계를 담아냈던 ‘민꽃소리’(1989)의 작가 유익서(58·동아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가 내놓은 네 번째 창작집. 표제작을 비롯해 ‘목련나무 편지’ ‘황조(黃鳥)의 노래’ ‘경해사 소식’ 등 7편의 중·단편에서는 현실에서 패배하고 절망한 자들이 꿈꾸는 ‘낭만적 황홀경’이 겹무늬를 수놓고 있다.
표제작은 50대 중년 남성이 반추하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 시위 현장에서 사진을 찍다가 세상을 떠난 딸의 영혼결혼식과 불황으로 공장을 청산하는 아버지의 애환이 교직된다. 더불어 작가는 “슬픔은 나를 키워낸 자양분”이라고 담담히 말하는 아버지를 통해 50대 존재론에 대한 성찰도 이끌어낸다.
딸의 영혼결혼식이 열리는 ‘만어사(萬魚寺)’에서 사돈과 나누는 연기설화는 근원적인 존재론을 새삼 일깨워준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꾸며, 근원으로 회귀하고 싶은 욕망 속에서 바위 속에 누워 있는 수많은 물고기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작가는 ‘그 바위물고기들처럼, 결코 버리지 못한 꿈 때문에 방황하며 앓고 있는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 작품은, 그런 이웃들의 아픔에 바치는 작은 땀방울이다’라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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