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재현의 '야구 드라마'

  • 입력 2003년 7월 29일 2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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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을까.

‘돌아온 캐넌 히터’ 김재현(28·LG)이 8개월여 만의 복귀전에서 결승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재현은 29일 기아와의 광주경기에서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첫 타석인 2회 3루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총알 같은 안타로 신고식을 한 데 이어 4회에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선제 결승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9회에도 오른쪽 안타를 때렸다.

“깜깜한 밤을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헤쳐 왔다”는 김재현 개인에게도 감격적인 순간이었지만 재기에 의문을 가졌던 팬들에게도 후련한 한 방이었다. 김재현의 등번호 ‘7’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광주구장을 찾았던 LG 팬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94년 신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던 프로야구 대표적 스타 김재현에게 불운이 드리워진 것은 지난해 10월. 6월에 생긴 골반 통증으로 정밀 진단을 받아본 결과 엉덩이와 허벅지 뼈를 잇는 고관절이 썩어 들어가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란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김재현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고통을 참아내며 지난해 11월 10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선 6회 대타로 나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김재현은 지난해 12월 양쪽 고관절 수술을 받고 외로운 재활에 들어갔다. 하지만 구단에서 연봉협상은 물론 복귀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야구를 포기할 것을 암시했고 집에서도 7대 독자인 그에게 부상 재발 가능성이 있는 야구는 차라리 그만두라고 애원했다. 6월에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김재현에게 야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 그 자체였다. 결국 16일 ‘만일 부상이 재발하면 전적으로 내가 책임진다’는 각서까지 쓰고 구단 제시액인 연봉 2억1000만원에 도장을 꾹 눌렀다.

LG는 이날 올해 처음 출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김재현의 고감도 방망이에 힘입어 기아를 3-1로 꺾고 승리를 거뒀다.

현대 선발투수 정민태는 수원 SK전에서 시즌 10승째(무패)를 올려 일본 진출 전인 2000년 7월 30일 두산전부터 17연승으로 프로야구 통산 선발 최다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깜깜한 ‘야구의 겨울’ 열정 하나로 버텼다”…김재현 인터뷰

―오랜 부상 뒤 올 시즌 첫 출전했는데….

“경기에 나서기 전 부담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경기를 해서 기분 좋다. 운도 좋았지만 상대 선발 김진우에 대해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했다.”

―비로 당초 복귀 예상일이었던 25일보다 많이 늦어졌는데….

“두산 선발 이리키와 붙고 싶었는데 취소돼 아쉬웠다.”

―홈런을 때려낸 느낌은….

“홈런을 노리지 않았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1, 3루여서 희생플라이를 생각하고 가볍게 쳤다.”

―대수술을 받았는데 문제는 없나.

“수술로 인공관절을 한 것이 핸디캡이다. 이런 핸디캡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뛰기 때문에 더욱 집중력이 생긴다. 슬라이딩에 대해선 부담감이 있지만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팬에게 한마디 한다면….

“팬들이 이번 일로 걱정을 많이 해줬다. 너무나 고맙다. 오늘 이렇게 우려를 확실하게 씻을 수 있는 플레이로 보답해 기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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