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53…아메 아메 후레 후레(29)

  • 입력 2003년 6월 2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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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 칙 칙 칙, 칙 칙 칙 칙, 소녀는 수업 중에 잠깐 존 줄 알고 눈을 퍼뜩 떴다. 어어? 교실이 아니네, 어디지? 사냥 모자 쓴 국민복 차림의 아저씨, 폭 포 폭, 폭, 그렇지, 나 ‘대륙’에 타고 있었지, 하카다에 있는 군복 공장에 일하러 가는 길이었지.

“고함까지 지르고, 나쁜 꿈을 꾼 게로군”

“…나쁜 꿈…”

“일이 후지요 이가 독수리 삼이 가지라고, 이 세 가지를 꿈에서 보면 길하다고 한다”

“조선에서는 돼지하고 노는 꿈을 꾸면 재물을 얻는다고 하고, 화장실에 떨어지는 꿈을 꾸면 부자가 된다고 하는데, 난 강에 떨어지는 꿈을 꿨어요. 강에 떨어지는 꿈은 뭐라고 하더라? 할매가 있으면 잘 알 텐데…” 머리카락은 땀에 푹 젖어 있고, 입안은 칼칼하고, 이상한 자세로 창틀에 기대 잠을 잔 탓에 어깨하고 몸이 아프다.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지? 영자는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를 곁눈질하였다. 눈썹이 가늘고 윗입술은 좀 얇았지만, 아랫입술은 도톰하고 발그스름했다. 피부는 계란 껍데기처럼 하얗고, 빨간 천으로 묶은 댕기머리는 소녀가 지금까지 본 머리 중에서 가장 윤기가 흘렀다. 울산 사는 진서 언니 나이하고 비슷할까? 하지만 진서 언니보다 훨씬 예쁘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밀양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아랑제 동기에 뽑혔을 텐데, 정말 예쁘다, 여자인 내가 봐도 혼이 쏙 빠질 정도야….

“한강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곤히 잠들어서 안 깨웠다”

“네? 벌써 경성인가요?”

“용산, 경성 지나서 신막으로 가는 중이다. 경성에서는 10분이나 정차를 했으니 세수를 할 수 있었는데. 경성역은 비잔틴식 둥근 지붕을 얹은 서양식 건물이다, 사이토 마코토(齋藤實)가 총리였을 당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지은 것이지. 신막에서 평양으로 가는 도중에는 대동강과 돌로 지은 평양성도 보이는데, 밤이라서 보이지 않겠구나. 저녁밥은 평양에서 사야겠다. 아아, 소개가 늦었군. 같이 일하러 갈 친구다”

“잘 부탁해요”

“나도. 난 일본말 못해 서당에만 다녔거든. 너는 몇 살이니?” 웃는 표정인지 수상쩍어하는 표정인지 애매했다.

“열세 살”

“아유 내 동생하고 똑같네. 열세 살밖에 안 됐는데 부모님 슬하를 떠나서 일본까지 돈벌러 가다니 불쌍도 하지”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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