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천광암/경제정책 종잡을 수 없으니…

입력 2003-06-22 18:08수정 2009-10-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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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을 보시면 이미 발표된 내용들이 자꾸 반복해서 보도되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기자들은 흔히 기사거리가 생기면 맨 먼저 뉴스성을 따져 봅니다. 중요한 내용이라도 이미 보도가 된 내용이라면 새로운 뉴스가 아니기 때문에 작게 다루거나 아예 무시합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원칙이 무너졌습니다. 정확하게 세어보진 않았지만 법인세율 인하와 출자총액제한제도에 관한 한 똑같은 내용을 예닐곱 번은 쓴 것 같습니다.

너무 중요해서가 아닙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하면 뒤이어 청와대 주변에서 “아니다”라는 반박이 나옵니다. 나중에 김 부총리는 “법인세율을 인하하겠다”는 이야기를 또 합니다. 종전 같으면 ‘구문(舊聞)’이라고 무시하겠지만 청와대가 뒤집어놨기 때문에 새로운 뉴스가 됩니다.

그러면 청와대측이 또 뒤집고, 부총리는 또 내린다고 하고….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똑같은 기사를 또 쓰고 또 쓰고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도 비슷합니다. 김 부총리가 “현행유지”라고 방침을 밝히면 며칠 안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예외축소”라고 반박합니다. 이런 일이 여러 번 반복됐고 그럴 때마다 기사는 보도됐습니다. 부총리와 공정거래위원장의 소신은 여전히 평행선입니다.

흔히 정부 정책은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책의 투명성이라는 게 공개된 장소에서 정책을 논의하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정부 정책은 이런 방향이구나’라고 경제 주체들이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투명성일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지금은 정책의 불투명성이 무척 높은 시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가구1주택 양도세 과세도 ‘투명한 불투명’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야기를 처음 꺼낸 김 부총리의 정확한 입장은 정치권 언론 학자 등과 논의해보고 필요하다면 하겠다는 것입니다. 논의의 토대가 될 만한 기본방안은 전혀 없습니다.

시작 단계부터 공개리에 투명하게 정책을 펴겠다는 뜻은 좋지만 항간에는 “투명하다”는 평가보다는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더 많습니다.

천광암 경제부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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