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44…아메 아메 후레 후레(20)

  • 입력 2003년 6월 1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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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더워! 30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멀다. 어젯밤 오빠한테 슬쩍 물어봤더니, 밀양발 부산행은 5시54분하고 8시3분 두 가지밖에 없다고 하기에 어느 쪽이든 타봐야 너무 이르거나 늦어서 할 수 없이 걷기로 했는데,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물집이 생긴 거 아닌가 모르겠다. 이 고무신 때문이다, 사달라고 할 시간이 없어서 짚으로 묶고 집을 나섰는데, 펄럭 펄럭, 모래도 들어오고, 아이 또, 정말! 소녀는 고무신을 벗고 오른발을 왼발등에 올려놓고 고무신 속에 있는 모래를 털어냈다. 그때 갑자기 가슴이 콱 막히는 듯한 느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랑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쏟아져 내릴 듯한 8월의 하늘. 평소에는 드넓게 한없이 넓게만 보이는 하늘이, 오늘은 파란 치마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이 이상한 건가, 내 눈이 이상한 건가, 하늘이 파랗다! 너무 파랗다! 소녀는 손등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탁 탁 탁 탁, 뒤에서 누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지, 만약 오빠가 쫓아온 거라면, 소녀는 걸음을 서두르면서 돌아보았다.

“앗!” 에이코가 소리를 질렀다. 그 사람이다.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다가온다, 꿈 같다, 탁 탁 탁 탁, 에이코의 발이 뿌리라도 내린 것처럼 꿈쩍하지 않았다.

“안녕!” 우근이 멈춰 서 말했다.

“안녕하신교.” 내 눈 앞에 그 사람이 서 있다, 그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에이코는 조개처럼 포갠 두 손바닥을 턱으로 올렸다.

둘의 시선이 얽혔다.

“아이구 덥다, 파아 파아 파아 파아.” 우근의 머리칼에서 땀이 떨어졌다.

“덥네요.” 에이코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무줄을 꼭 잡았다.

“파아 파아, 어디 가는데?”

“삼랑진 역에 갑니다.”

“파아 파아 파아 파아, 기차 탈라고?” 우근은 몸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물었다.

“예.”

“파아 파아 혼자서?” 우근이 두 눈썹을 치켜올렸다.

“예.”

“오늘도 꽤나 더울 것 같다, 파아 파아 파아.”

“그랗네예.”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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