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당 대표경선 국민이 보고 있다

  • 입력 2003년 6월 1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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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표경선이 오늘 첫 권역별합동토론회(부산 울산 경남)를 갖는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단순히 6명의 후보 중 누가 야당의 차기 리더가 되느냐보다는 한나라당이 이번 경선을 통해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느냐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잇따른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과거의 여당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다.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점유한 거대 야당이면서도 국정을 능동적으로 이끌기보다 정부여당의 실패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데 급급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민주당은 주류 비주류간 ‘신당 싸움’에 매달려 있는 상황인데도 여론의 정당지지도에서 뒤처지고 있는 게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이번 경선은 ‘포스트 이회창 시대’의 한나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만년야당’ ‘불임정당’으로 계속 남을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고비다.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은 공명선거다. 한나라당 경선주자간에는 그동안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각 지구당에 대한 금품살포와 줄 세우기 등 불법선거운동과 관련된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공식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이러한 잡음이 들린다면 누가 새 대표로 뽑힌다고 해도 국민은 한나라당의 미래에 절망할 것이다.

다음은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경선주자들은 먼저 제1야당의 추락한 위상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자기반성 없는 말잔치로는 국민의 공감도,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지역구도의 틀에서 벗어나 전국 정당이 될 수 있는 개혁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수구적 이미지를 불식하고 건강한 보수로서 정권의 대안세력이 될 수 있는 리더십을 제시해야 한다.

국정이 혼선을 빚고 국민이 나라의 장래에 위기감을 느낄수록 수권 능력을 갖춘 야당다운 야당의 존재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표경선을 통해 그런 국민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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