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쿠엘류축구 “감 잡았다”

  • 입력 2003년 6월 1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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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골을 넣은 안정환(오른쪽 앞)이 기쁨에 겨워 웃통을 벗어젖힌 채 골세리머니를 펼쳤다. 다른 선수들도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도쿄=연합
결승골을 넣은 안정환(오른쪽 앞)이 기쁨에 겨워 웃통을 벗어젖힌 채 골세리머니를 펼쳤다. 다른 선수들도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도쿄=연합

‘쿠엘류 축구’가 희망을 보았다.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지난달 31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한국축구는 이 승리로 서울경기(4월 16일) 패배를 설욕하며 81년 3월 8일 이후 8차례의 도쿄 원정경기에서 5승3무를 기록, ‘도쿄 불패’ 신화를 지켰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38승17무11패로 압도적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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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전보는 ‘쿠엘류호’의 진정한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 쿠엘류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지 세 경기 만에 첫 골과 첫 승 갈증을 푼 이날 경기는 ‘쿠엘류 축구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아사히,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1일자 신문에서 일제히 ‘일본 완패’를 제목으로 뽑는 등 한국의 우세를 인정했다.

▽철저한 분석과 처방

쿠엘류 감독은 ‘타도 일본’을 위해 최용수를 원톱으로, 설기현과 차두리를 좌우 공격형 미드필드에 배치하는 ‘제1안’과 안정환을 원톱에, 이천수를 차두리 자리에 배치하는 ‘제2안’을 준비했다.

패스가 좋은 일본의 체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전반엔 체력과 스피드가 좋은 설기현 차두리를 내세웠고 후반 들어 기술이 좋은 안정환 이천수에게 골 사냥을 맡겼다. 후반 41분 터진 안정환의 결승골은 이처럼 치밀한 작전의 개가.

미드필드진 운용에도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일본의 세밀한 패스에 의한 조직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2명 중 한 명을 공격에 가담시켰다. 이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뿐인 ‘역삼각형 체제’를 구축, ‘4-2-3-1’에서 ‘4-5-1’ 포메이션으로 바꾼 전술의 변화가 특징.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과 이을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김남일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후반부터 미드필드부터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지코도 인정한 강철 체력과 압박 전술

브라질 출신인 지코 일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정말 대단했다. 미드필드 장악력도 일본보다 훨씬 좋았다. 일본도 한국처럼 플레이해야 한다”라며 패배를 시인했다. 쿠엘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상대 수비진영에서 강력하게 압박해 공을 빼앗아 수비를 교란시킬 것을 주문했는데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남은 문제점

그렇다고 해서 쿠엘류 축구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이제 희망을 찾았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15개의 슈팅을 날려 한 골밖에 넣지 못한 것은 골결정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소한 3골 이상은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골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패스의 정확도 또한 미흡했다는 지적. 또 측면 센터링과 스루패스가 문전으로 쇄도하는 공격수들과 엇박자를 내는 일이 잦은 것도 보완할 점으로 꼽았다.

한국축구대표팀은 3일 재소집될 예정. 8일엔 우루과이, 11일엔 아르헨티나와의 A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장소는 모두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인기가 좋은 남미축구는 쿠엘류호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 조직력과 골결정력, 패싱력의 업그레이드가 승리를 이어가기 위한 필수과제다.

도쿄=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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