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26…아메 아메 후레 후레(2)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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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나란히 달려오고 있다. 한 쪽은 빡빡머리 청년이고, 다른 한 쪽은 새빨간 러닝셔츠를 입은 삼십대 남자다. 키도 얼굴 생김도 비슷한데, 청년은 똑바로 앞을 노려보고 있고, 남자는 약간 등을 구부리고 두 팔을 안쪽으로 껴안듯이 달리고 있다.

“왔다!”

소녀들은 속바지에 끼었던 치맛자락을 꺼냈다. 교준은 복사뼈에 고무줄을 걸고 다리를 벌리고, 에이코는 고무줄은 주머니에 넣고 손바닥의 땀을 치마에 닦고서 다시 꺼내 잡았다. 두 볼이 발갛게 물든 게이코가 오른발로 폴짝 뛰어 고무줄 안쪽으로 들어가자 에이코와 교준은 달뜬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아메 아메 후레 후레 가아상가 자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비야 비야 내려라 엄마가 지우산 들고 마중 나오네 신난다 포롱포롱 참방참방 랄랄라)

가케마쇼 가방오 가아상노 아토카라 유코유코 가네가 나루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들어주마 가방 엄마의 뒤를 따라 딸랑딸랑 종이 울린다 포롱포롱 참방참방 랄랄라)

교준이 고무줄을 무릎 높이로 올렸다. 고무줄이 무릎 위로 올라오면 건드려도 상관없지만, 뛸 때마다 뒤집히는 치맛자락에 신경을 쓰다가 게이코는 고무줄을 밟고 만다. 큐큐 파파, 다가온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땀냄새와 숨소리가 지나가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멀어진다. 세 소녀는 아연한 표정으로 두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빠르다….” 에이코는 거의 넋을 잃고 있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이 중지만 안 됐어도 나갔을 끼라고, 우리 아버지가 그라더라.” 교준은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에이코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형님은 벌써 나이 때문에 틀렸지만도, 우곤씨는 아직 한창 젊으니까 다음 올림픽을 노릴 수 있다.” 게이코가 말했다.

“다음 올림픽 어디서 하는데?” 교준이 에이코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세노 선생님이 런던이라 안 카더나.”

“영국은 적국이니까 참가 못 하겠네.” 에이코는 용두산을 향하고 뒤꿈치를 들었다.

“이제 안 보인다.”

“금방 또 올 끼다. 제방을 빙빙 돌고 있으니까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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