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24…명멸(明滅)(30)

  • 입력 2003년 5월 25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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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8월1일 조선징병제 실시

7년 전 지나 사변이 발발하자 나라를 위해 일하려는 조선 동포의 지극한 마음과 눈물 겨운 지성이 도처에서 발휘되었다. 나아가 조선 동포에게 징병제를 실시하라고 요망하는 조선 동포의 목소리가 제국 의회에까지 도달하였으며 모든 면에서 내선일체의 기운이 되어 구체적으로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지나 사변이 발발한 1938년 칙령 제95호 육군 특별 지원병령을 실시하여 지원에 의한 현역 또는 제일보충병 편입의 길을 열었으며, 전형에 합격한 지원병을 육군 부대에 편입하여 군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이 제도가 실시되자 지원자는 해마다 급증하여, 1938년도에는 약 3천명이었던 것이 제도 실시 2 년째인 1939년에는 일약 1만2천명으로 늘어났고, 1940년에는 약 8만4천명, 1941년에는 약 14만4천명으로 격증하였다. 나아가 대동아전쟁이 발발하자 제일선에 몸을 던져 황국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지원자는 더욱 증가해 1942년에는 약 25만명을 헤아리는 경이적인 숫자에 이르렀다. 이 지원병들이 지나 사변에서 보여준 성적은 극히 양호하였고, 전사하여 수훈을 세운 자가 있음은 물론이요, 살아서 수훈갑의 상에 값하는 용사들도 있었다. 대동아전쟁이 발발하자 반도의 후방은 물론 일반의 대전 완수에 대한 열의는 특필할 만한 것이었다.

이리하여 작년 5월, 조선동포에게 징병제를 실시하여 1944년도부터 징집할 수 있는 방침을 결정하였는 바, 이 제도가 발표되자 보국의 정성에 넘치는 반도 동포들 중에는 상경하여 궁성에 절한 자도 있고, 이 한 몸 받쳐 황은에 보답하겠다는 등 그 지성이 최고도에 달해 반도 전체에 감격의 물결이 일렁였다.

금번 징병제의 실시는 실로 반도 동포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황국의 영원한 국방력 강화를 뜻하여 대동아전쟁 필승의 신념을 보다 확고히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뜨자 어둠이 있었다 두통이 이마에 널빤지처럼 들러붙어 있었다 취한 여자처럼 축 늘어진 무거운 어둠과 무더위에 짓눌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다 공포다 타의에 의해 주어진 공포와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는 색깔도 냄새도 다른데 지금은? 양쪽 다다 하양? 검정? 빨강? 노랑? 공포에 에워싸여 있다 나는 아내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고 털이 밀집해 있는 그 안쪽으로 더 안쪽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나는 어둠 몰고 오는 것을 기다릴 용기가 없다 눈을 감자 어둠이 있었다 나는 도망쳤다 어둠 속으로 정신없이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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