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만들기]'필요한 것-갖고 싶은 것' 구분해야

  • 입력 2003년 4월 15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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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곱살이 된 준영이가 혼자서 이도 닦고 화장실도 가고 밥도 잘 먹고. 어른스럽게 굴더군요. 그런데 이 녀석이 잠자리에 들면서 ‘엄마, 나 오늘 착했지?’ 하더니 ‘그러니까 나 휴대전화 사줘’ 하더군요….”(34세·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요즘 휴대전화를 둘러싼 부모들의 ‘애환’이 적지 않죠. 없으면 사달라고 졸라대고 사주면 전화요금 때문에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됩니다. ‘다른 아이들도 가졌어’라며 마구잡이로 졸라댈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죠.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나를 좀 사주세요’라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자라고 있는 요즘 아이들은 ‘나 저것 살래요’를 입에 달고 다니기가 쉽지요.

미국에서 2월에 출간된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What kids really want can't buy)’에 따르면 만 3세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평균 700개의 광고를 본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00명의 자녀와 부모를 인터뷰한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12∼17세의 아이들은 부모가 ‘사줄 수 없다’고 선언한 물건에 대해서도 평균 9번이나 더 사달라고 졸라대며 절반의 부모가 ‘항복’한답니다.

맞벌이 부모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소유욕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자책감을 물질로 보상하려는 부모가 많아서죠. 놀라운 것은 (위의 책에 따르면) 아이들의 약 58%가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뭔가를 사야 한다는 부담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하니 부모의 탓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알고 있겠지요? 자녀를 예산에 맞춰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려면 아이들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또 이를 위해서는 자녀에게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인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갖고 싶은 것’인지를 구분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예산은 제한돼 있는 만큼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순위가 낮은 물건은 포기하거나 또는 나중에 사도록 설명하고 또 설득해야 하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하면서도 잊기 쉬운 자녀교육 지침일 것입니다.

이나연기자 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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