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LG배 기왕전]이세돌, 이창호 꺾고 '세계정상'

  • 입력 2003년 3월 27일 2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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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특설대국장에서 열린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세돌3단(오른쪽)이 이창호 9단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타이젬 제공]
27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특설대국장에서 열린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세돌3단(오른쪽)이 이창호 9단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타이젬 제공]
‘폭주 기관차’ 이세돌 3단이 세계 1인자 이창호 9단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 3단은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5번기 4국에서 이 9단에게 294수 끝에 백 7집반 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승1패로 정상에 올랐다. 이 3단은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상금 2억5000만원을 받는다. 그는 세계대회 우승자에게 3단을 더해주는 최근 승단 규정에 따라 6단으로 승단한다.

이 3단은 이날 대국에서 초반 좌변에서 유리한 고지를 마련했으나 중반 하변에서 무리하게 패를 걸다가 하변 대마가 잡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이 3단이 던진 응수 타진에 이 9단이 간단한 수를 착각해 거의 다 잡혔던 이 3단의 대마가 기사회생하면서 승부가 갈렸다.

이번 결승전 네 차례 대국에서는 이 9단이 이긴 두 번째 대국을 제외하고 모두 패를 둘러싼 치열한 흥정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등 접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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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단이 5번기로 치러지는 세계대회 결승에서 진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대국 후 담담한 표정으로 먼저 복기를 자청해 20여분간 초반 좌변 전투와 하변 패가 난 상황에 대해 검토했다.

대국을 지켜본 프로기사들은 “평소 이긴 바둑을 놓치지 않기로 유명한 이 9단이 이번 대회에선 이상하게 간단한 수를 착각하거나 덤비는 바둑을 뒀다”며 “실력에 앞서 이 3단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3단의 우승으로 세계와 국내 바둑계는 이 9단 독주에서 이 9단과 이 3단의 양강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이 3단은 2년 전 같은 대회에서 이 9단에게 2연승 뒤 3연패해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이 3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이 9단을 꺾고 우승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 9단과 대국을 벌일 기회가 많을 텐데 이번에 이긴 것에 만족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를 앞두고 이 3단의 어머니 박양례씨가 고향인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올라와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이창호 9단은 “이 3단이 2년 전보다 승부 호흡과 노련미가 좋아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 3단과 좋은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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