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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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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무책임이,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다시 재앙을 부른 것이다. 어린 축구선수들이 곤한 잠에 빠져 있던 합숙소는 낡고 비좁은 데다 건물 여기저기에 전기선이 뒤엉켜 있었다고 한다. 방 천장에는 보온을 한다고 유독성 물질인 스티로폼 단열재를 덧댔는데도 기본적인 화재 안전시설조차 갖추지 않았다. 3개의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고 그나마 2개는 내부 시설물에 가려 연기조차 제대로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불과 15분간의 화재였는데도 어처구니없는 대형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이런 화재 무방비의 열악한 시설이 어떻게 교육청의 안전점검을 통과했고 소방당국은 대구 참사 후 일제점검에서 도대체 뭘 했다는 것인가. 점검대상이 아니어서 점검하지 않았다는 말만으로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학교측의 안전의식 부족도 문제다.
큰 대회에서 상위 입상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합숙을 강행하는 학교체육 현실에 대해서도 이제는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이번에 화재참사가 난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의 경우 거의 1년 내내 합숙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다른 학교의 사정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내일의 축구스타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한창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이들에게 장기합숙을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어린 싹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결국 우리사회의 어른들이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우리 모두가 어린 영혼 앞에 고개 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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