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3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김 위원장의 신상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은둔 중에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새 중국지도부와 재선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축전을 보냈고,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의 조기 완공을 독려했다는 보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2월 28일자 노동신문은 “우리 인민이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이 풍족하게 살게 되면 나도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인민을 풍족하게 해줄까 고심하느라’ 대외석상에 나올 겨를조차 없는 것일까?
▷김 위원장의 칩거뿐만 아니라 이라크전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과거에 비하면 한결 절제돼 있다는 것도 관심사다. 91년 걸프전 개전 직후 ‘반드시 후과를 치를 것’ ‘범죄행위’ 등 극렬한 표현을 써가며 미국을 비난했던 북한 언론이 이번에는 논평 없이 사실 보도에 치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 태도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북한이 주눅든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른 나라들이 ‘이라크 다음은 당신들’이라며 북한을 측은하게 여기고 있는 마당에 불타는 바그다드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리 북한이 이라크의 처지와 다르다고 해도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미래에 닥칠지 모를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미리 추적망을 벗어나려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 공습 첫날 여러 해 동안 대역까지 앞세우며 도망다니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의 족집게 미사일 공격을 받아 혼비백산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김 위원장은 왜 그렇게 힘든 길을 택하고 있는가. 선택에 따라 그는 자신이 바라던 대로 ‘안심하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만 포기하면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인민이 풍족하게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