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책]'동화 속의 나는 외출중?'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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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의 나는 외출중?/이창기 지음 길용현 사진/160쪽 9800원 하늘아래

‘풍자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있어야 하는 현실의 차이를 날카롭게 의식하는 데서 비롯되지만, 그 풍자는 결코 초월적인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1. 도시의 뒷골목, 한때 ‘긴꼬리 시인’이라 불렸던 회색쥐가 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사건에서 그 아이디어를 냈던 바로 그 주인공.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 큰 문제로 불거지면서 궁지에 몰리고만 ‘긴꼬리 시인’은 고양이가 말썽을 저질러 주인 아주머니에게 혼쭐이 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긴꼬리 시인’은 방울을 달기보다는 고양이가 할 만한 짓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때로는 ‘떠올린 꿈을 말했다’는 이유 하나로 한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란….

2. 온 백성의 축하를 받으며 백설공주와 결혼한 왕자는 이듬해에 왕위를 물려받았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나 싶더니 최근 젊은 왕이 부쩍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백설 왕비가 결혼 1주년 기념 선물로 이웃나라에서 받은, 화려한 장식의 거울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 왕이 몰래 거울을 내다 버리자 백설 왕비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선과 악은 가변적이고 유동적이어서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것. 문제는 우리 안의 욕망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가 하는 점!

시인 이창기가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의 동화, 이솝우화를 ‘비틀었다.’ 청소년을 위해 선보이는 이 새로 쓴 동화들은 오늘의 현실, 지금의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오랜 습관처럼 길들여진 권선징악과 선악의 이분법으로부터 독자를 꺼내준다. 열 편의 동화와 어우러진 독특한 사진들이 상상력을 배가시킨다. 사진작가 길용현은 고적한 우리네 시골길을 당나귀 사냥개 고양이 수탉이 브레멘 마을로 가는 길과 병렬해 놓는다. “나는 주인을 위해 내 평생을 바쳐 일했어…”라고 털어 놓는 고양이 옆에 먼 곳을 응시하는 누렁이가 함께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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