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풍선 따라 달리세요”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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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따라 오세요’. 4시간이라고 쓰여진 풍선을 매달고 뛰는 페이스메이커. 4시간대 완주를 목표로 하는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이들의 페이스에 맞춰 가면 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풍선을 따라 오세요’. 4시간이라고 쓰여진 풍선을 매달고 뛰는 페이스메이커. 4시간대 완주를 목표로 하는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이들의 페이스에 맞춰 가면 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저를 따라 오세요.”

마라톤 초보자들은 자신이 지금 알맞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주위 사람들의 페이스에 휘말려 덩달아 빨리 달리거나 혹은 너무 늦게 달리기 십상이다. 목표시간대에 도달하기 위해선 어느 속도로 달려야 할까. 이럴 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바로 ‘페이스 메이커’들이다.

이번 대회에는 총 10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나선다. 4시간대 5명, 4시간30분대 5명이다. 커다란 풍선에 ‘4시간’ ‘4시간30분’이라고 써 달고 달린다.

자신의 목표시간대가 4시간인 사람들은 ‘4시간’이라고 적힌 풍선을 단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그의 템포에 맞춰 뛰면 된다. 이들은 달리는 ‘계측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페이스메이커들은 마라톤 완주 39회에 달하는 정해성씨를 비롯해 10명 모두 8회 이상의 완주기록을 갖고 있는 베테랑들. 한 달 전부터 서울 여의도공원,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등지에서 집중훈련을 해왔다.

4시간30분대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박천식씨(55)는 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만 벌써 4년째 페이스메이커를 맡고 있다. 완주기록 14회. 박씨는 “초보 마스터스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더 달리는 일에 만족한다면 그만큼 달리기 인구가 늘어날 것 아니냐”며 “마라톤 저변 확대에 일조하는 뜻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나서는 페이스메이커들은 박씨가 여기저기 수소문해 특별히 모셔왔다는 후문. 전국의 마라톤대회를 다니며 알게 된 동호회 사람들을 통해 실력있는 사람들을 엄선하느라 발품을 팔았다는 것.

페이스메이커는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달려야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힘이 들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박씨는 “마라톤으로 행복을 찾았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며 설득했다고. 이들은 도심에서 열리는 대회의 특성상 사람들이 너무 처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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