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한나라 당권 레이스, 사활 건 5파전

  • 입력 2003년 3월 5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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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지도부 구성을 앞둔 한나라당이 부산하다. 당권의 향배에 따라 당내 권력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 정치개혁특위는 다음달 3일경 전당대회를 개최해 체제 정비를 매듭짓겠다고 밝혔으나 당원 명부 확정 등 실무 준비로 인해 그 시기는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어떤 인물들이 뛰나▼

▽누가 당 대표를 노리나=이번에 선출될 당 대표는 ‘내년 총선용’이란 제약이 있지만 당무 전반에 걸쳐 상당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40만명의 전국 선거인단이 대표를 직접 선출하기 때문에 대표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에 뜻을 두고 있는 주자 진영이 사활을 걸고 전면전에 나서는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주자는 김덕룡(金德龍) 최병렬(崔秉烈) 강재섭(姜在涉·이상 4선) 이재오(李在五·재선) 의원. 여기에 서청원(徐淸源·5선) 대표도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여서 당권 레이스는 ‘5파전’이 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수도권 개혁성향 의원 및 호남 원외위원장의 지지기반이 강점이나 호남 출신으로서 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영남권 대의원 공략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최 의원은 민정계 중진과 수도권 및 부산 경남 출신 의원들의 지지를 다지고 있고, 강 의원은 대구 경북 출신 의원의 지지와 젊은 리더십을 내세워 표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최 의원은 강한 보수 성향이, 강 의원은 그동안 이렇다할 당내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상대 주자 진영의 공략 포인트가 되고 있다.

서 대표는 특유의 친화력이 강점이지만, 지난 대선 패배 책임론과 당권 불출마 약속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동안 서 대표와 돈독한 관계였던 이 의원은 “서 대표가 불출마 약속을 뒤집을 명분이 없다는 얘기가 많다”고 각을 세웠다.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주자간 우열이 두드러질 경우 주자간 ‘짝짓기’가 이뤄지는 등 경선 구도가 막판에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선방식 싸고 논란▼

▽경선 방식 논란=당 특위는 40만명의 당원을 상대로 한 우편 투표 방식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선거 과열을 피하면서도 직접 투표의 효과를 살릴 수 있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우편 투표 방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자칫 우편 투표 용지를 지역별로 수거하는 등 매표(買票)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직접-비밀투표의 대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우편 투표 회수율이 50%를 밑돌 경우 새로 선출될 당 대표의 정통성에도 흠집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주자 진영이 우편 투표에 반대, 권역별 경선과 TV토론 실시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한편 당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40명의 지역대표 선출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당 특위는 당초 대의원들의 직선으로 지역 대표를 선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중진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결론을 유보했다. 이에 남경필(南景弼) 정의화(鄭義和) 원희룡(元喜龍) 오세훈(吳世勳) 의원 등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지역 대표 직선제 관철을 요구하는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당의 변화를 위해선 직선제가 불가피하며 중진들의 반발은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昌心 논란-제3 변수▼

▽이심(李心·이회창 전 총재의 의중) 논란=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당내 추종세력이 특정 주자와 손을 잡을 경우 경선 구도에 적잖은 파란이 일 전망이다. 대선 패배로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유지하지는 못하겠지만 여전히 이 전 총재의 ‘후광(後光)’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전 총재와 가까웠던 양정규(梁正圭) 정창화(鄭昌和) 김종하(金鍾河) 김기배(金杞培) 유흥수(柳興洙) 목요상(睦堯相) 하순봉(河舜鳳) 최돈웅(崔燉雄) 의원 등 중진 8인방 모임인 ‘함덕회’의 향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이들은 한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향후 세력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심’ 논란의 진원지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총재가 내년 총선 후 정계 복귀를 염두에 두고 특정 주자와 밀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심’을 선점하고, 견제하려는 주자간 신경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전직 특보들을 위해 서울 마포에 사무실을 마련토록 했으나 특보들에겐 ‘절대 중립’을 지키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전 총재의 핵심측근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외유길에 오르기도 했다.

▽제3의 변수는 없나=진보성향 인사들은 ‘개혁연대 그룹’ 결성에 박차를 가하는 등 세력화 작업에 나섰다. ‘국민속으로’ 해체 이후의 진로 모색인 셈이다.

좌장격인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특정 주자에 줄서지 않고 당이 온건 중도 보수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정책 과제를 제시, 주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정책 공조를 통해 경선 주자들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시사했다. 이 모임엔 40명 안팎의 수도권 원내외위원장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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