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 뒤집으려 해서는 안 된다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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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측은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대북(對北) 비밀송금 사건’ 관련 특별검사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몰아가고, 청와대측은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여론추이를 살피며 시간을 끄는 분위기다. 만약 이런 식으로 특검을 뒤집으려 한다면 옳지 못한 일이다.

민주당측이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을 촉구하는 명분은 두 가지다. 첫째, 대북 비밀송금은 비리사건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비용’이라는 것이며 둘째,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발의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특검법은 절차상 잘못된 다수의 폭거로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 비밀송금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이 비리사건이 아니라는 주장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다. 오히려 현재까지 드러난 송금 과정의 명백하고도 중대한 실정법 위반 혐의만으로도 진상규명은 불가피하다. 비밀송금은 평화비용이라는 주장도 그렇다. 국민이 진상을 알고 동의할 때만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특검법안을 표결 처리한 것 또한 유감스럽기는 해도 국회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민주당측의 특검 거부 명분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여론이 특검에 찬성하는 것은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이 대북 관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당측은 여론의 본의(本意)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행여 ‘또 다른 정략적 이유’까지를 고려해 여론을 왜곡하려 한다면 그 파장이 새 정부에 결정적 악재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청와대측은 특히 이 점에 유의해 거부권 논란을 시급히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여권은 이제 대북 비밀송금 사건은 특검에 맡기고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북핵 위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경제 역시 날로 나빠지고 있다. 대구 참사의 뒷수습도 급하다. 이러한 때에 무리한 ‘특검 뒤집기’에나 몰두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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