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승표의 스포츠의학]‘헤르미네이터’ 부활 재활운동 성공 덕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03분


코멘트
오스트리아 스키 영웅 헤르만 마이어(31세)의 별명은 ‘헤르미네이터’이다. 그는 ‘죽음의 코스’로 불리던 98년 나가노올림픽 활강 경기 도중 코스를 이탈해 안전 그물에 처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경악하는 관중들의 시선 속에 마이어는 유유히 걸어 나왔고 다음날 대회전과 수퍼-G 종목에 다시 출전해 2개의 금메달을 딴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1년 여름 오토바이 사고로 ‘경골 개방성 골절’이라는 중상을 당했다. 의사가 다리 절단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정도로 심한 골절이었다. 사람들은 마이어가 끝났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수술 후 불과 1년 반이 지난 금년 1월, 그는 또 다시 스키장으로 돌아왔다. 마치 ‘나는 돌아온다(I will be back)’라는 대사와 함께 돌아온 ‘터미네이터’처럼….

부상 후 운동으로 복귀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수술 후 컴백에 1∼2년이상 걸렸고 그 결과 경기 감각이 떨어져 도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다음 시즌 복귀가 가능하다. 무릎 연골판 수술은 한 달, 인대와 골절 수술은 4달 후면 다시 운동장에 설 수 있다. 무릎 수술 후 3주일 만에 코트로 돌아온 마이클 조던과 현재 수술 후 회복 중인 타이거 우즈 등도 좋은 예다.

비결은 터미네이터와 같은 인조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 치유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 그 핵심은 운동이다. 마이어는 수술 직후부터 1년을 재활 체육관에서 살다시피했다. 적절한 강도의 운동으로 뼈와 인대가 빨리 붙는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 긴 철봉이 박힌 다리를 절면서 웨이트트레이닝 등의 피나는 재활 훈련을 한 끝에 스키장으로 다시 돌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와 같이 수술 후 깁스를 감고 마냥 쉬었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누워서 잠만 자는 환자와 재활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는 환자는 회복 속도와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

조기 재활은 운동을 이해하는 의사와 전문 트레이너가 옆에서 도와주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국내에서 수술하면 선수 생활 끝이다’라는 얘기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http://kosmed.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