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 공조할 때 신사참배라니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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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기습적인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 더할 수 없는 분노를 안겨 주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재작년 8월과 작년 4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총리로서 매년 한 차례씩 신사참배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모르나 이는 이웃국가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무시하는 행동일 뿐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에도 패전기념일(8월15일)을 피하고 일본 정기국회 개막일 등을 고려해 주변국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날짜를 택했다. 작년에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 준비 등으로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4월에 신사참배를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국제여론을 배신하는 처신을 계속할 것인가.

특히 지금은 북한 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사불란한 한미일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럴 때 일본 총리가 공연히 분란만 조성하는 신사참배를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행동이었는지 묻고 싶다. 곧 출범할 한국의 새정부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 직전 “정월도 됐고,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 참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뜻’을 살리려면 태평양전쟁 때 A급 전범의 위패가 다수 안치돼 있는 군국주의의 상징인 신사를 참배하는 것과 같은 일은 결코 하지 않았어야 옳다. 더욱이 일본은 지난해 12월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함을 아라비아해로 파견해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사실상 유명무실화시켰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정부는 일본에 항의했지만 그것으로 그치지 말고 신사참배에 대해 우리 못지않게 불쾌감을 표시해온 중국과 공동 보조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 총리의 기습적 신사참배가 반복되지 않도록 외교적 수단을 모두 동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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