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각제보다 정치개혁이 먼저다

  • 입력 2003년 1월 1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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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제 개헌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나라당 총무가 운을 떼자 민주당 대표가 화답하고 자민련이 동조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당 정강 정책에 명시된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최상의 권력구조라고 할 수는 없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으로 이어진 5년 단임제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개헌을 검토할 필요성은 있을 것이다. ‘1%를 이겨도 100%를 차지하는’ 권력독점의 폐해도 내각제 개헌의 당위성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여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내각제 개헌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에서 옳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첫째, 내각제 개헌보다 정치개혁이 우선돼야 한다. 정치개혁의 요체는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저비용 고효율 정치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정당을 개혁해야 한다. 여야 모두 정당을 개혁하겠다고 말들은 요란하지만 지금껏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은 없다. 오히려 정당개혁은 뒷전이고 당권 다툼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태에서의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둘째, 현재의 개헌론에 여야 정당 내 특정 정파 및 개인의 정략적 이해가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민주당의 경우 한화갑 대표를 비롯해 대선 이후 당내입지가 약화된 동교동계 등 구주류가 내각제에 적극적이라고 하고, 한나라당 역시 영남권 중진과 수도권 소장파의 견해가 찬반으로 엇갈린다고 한다. 그 명분이야 어떻든 개헌이 특정정파나 개인의 정략적 도구로 이용될 수는 없다.

셋째, 새 대통령당선자가 공식 취임하기도 전에 내각제 개헌론을 꺼내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지금 정치권이 할 일은 스스로 개혁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내각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그 후에 하는 게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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