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모' 진로 스스로 정해야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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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노사모’에 대한 관심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후보 경선과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노사모’의 눈물겨운 활동을 그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지난 주말 ‘노사모’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자리에서도 노 당선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정이 듬뿍 묻어 있었다. 그는 “과거 낙선운동은 있었지만 당선운동은 처음이었으며 앞으로 그런 일들이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나와 함께 사고를 친 공범(共犯)이니 계속 좋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했다. “생각을 넓히면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발언을 ‘노사모’가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해주고, 특히 내년 총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주기 기대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분석이 맞다면 과연 그런 활동이 노 당선자 스스로를 위해 좋은 일인지 당사자들은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지금 ‘노사모’는 존폐(存廢)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고 홈페이지에서는 토론이 한창이다. 뜻을 이루었으니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과 다른 성격의 모임으로 전환해서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노사모’는 새 대통령 취임 전 전자투표를 실시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 당선자가 ‘노사모’의 진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우리정치의 속성상 당선자의 뜻에 따라 활동이 계속된다면 권력화하거나 정치단체가 돼 부작용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의 사조직’이라는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출발이 그랬듯 ‘노사모’는 지금도 자발적 지지 모임이다. 그것이 바로 ‘노사모’의 특징이고 성공요인이었다. 그렇다면 폐지든 존속이든, 또 존속한다면 활동은 어떻게 해나갈지도 ‘노사모’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 주변의 이런저런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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