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조훈현9단 꺾고 천원전 우승한 송태곤3단

  • 입력 2003년 1월 10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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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곤 3단
송태곤 3단
새해 초부터 송태곤 3단이 큰 일을 해냈다. 천원전 최종국에서 조훈현 9단(50)을 꺾고 3승 2패로 17세 타이틀 보유자가 된 것. 이창호 유창혁 서봉수 9단을 빼고 조 9단을 결승전에서 이긴 기사는 송 3단이 처음이다.

아직 얼굴엔 소년티가 가득하고 한 살 위인 최철한 원성진 4단과 함께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겨 하는 10대지만 바둑은 이미 정상급이다.

“천원전 1국은 완패했어요. ‘아, 아직 조 9단의 벽이 높구나’ 생각했는데 2국에서 막판 역전승을 거두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천원전 결승전 5판 모두 처음엔 불리했다. 하지만 나이 탓일까. 중후반에 가면 항상 조 9단의 실수가 나왔고 그 틈을 비집고 승리를 거뒀다. 송 3단은 운도 좋았다고 겸손해한다. 송 3단의 기재는 어릴 적부터 돋보였다. 6세 때 해태배 조치훈배 등에서 우승하자 그의 기재를 알아본 조치훈 9단이 일본으로 데려가 내제자로 삼으려 했다. 부모님이 외아들을 낯선 땅에 보낼 수 없다며 거절했다.

송 3단의 강점은 수를 빨리 보는 것.

한 프로기사는 “본인은 싸움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일단 싸움이 벌어지면 빠르고 정확한 수읽기로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힘이 대단하다. 이세돌 3단과 기풍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경솔함이 그의 최대의 적. 이번 천원전에서도 초읽기에 몰린 적이 없다.

“속기파나 장고파나 수를 보는 속도나 양은 비슷합니다. 둘의 차이는 읽은 수를 얼마나 확인하느냐는 것이죠. 저는 좋게 말하면 결단이 빠르고 나쁘게 말하면 경솔합니다.”

이창호 9단과는 1승 1패. 지난해 LG정유배에서 이 9단의 대마를 묘수로 잡으면서 1승을 거뒀다.

“이 국수 기보로 볼 때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막상 대국을 하면 세다는 느낌이 듭니다. ‘잔 끝내기로 가면 안되는데’ 하는 심리적 부담도 커요. 그래서 바둑을 큰 싸움이 벌어지는 형태로 짜려고 하는데 뜻대로 안되더라고요.”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부족하단 얘기였다.

송 3단의 올해 목표는 세계대회 4강. 물론 20세 전에 세계대회 우승을 자신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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