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벌정책 생각하며 말하라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9시 14분


요즘 들어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측의 재벌정책 내용은 정제되어야 한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걸러져야 한다. 기업활동이나 경제에 어떤 후유증이 있는지 정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쏟아 내놓는 말들이 경제계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노 당선자의 경제참모인 김효석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이 “재벌 총수들이 경영성과보다 자신의 의중을 얼마나 잘 받드느냐에 따라 임원들의 연봉을 결정하고 있다”면서 상장사 임원 연봉을 공개토록 하겠다는 발언은 더 신중했어야 옳다. 임원 연봉공개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한 뒤에 말했어야 했다. 대부분 기여도와 경영성과에 따라 결정되는 임원의 연봉을 공개할 경우 불필요한 노사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주장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지금 새 정부의 재벌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예민한 시점에서 섣부른 발언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거나 부작용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내년 경제전망도 극히 불확실한 터에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경제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직된 정책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이롭지 못한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빅딜 등 재벌정책을 적극 추진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빅딜 때문에 부실해져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는 무리한 재벌정책이 빚은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로 우리 경제에 장애가 되고 있다.

노 당선자는 ‘대기업은 대기업, 재벌은 재벌’이라면서 재벌의 횡포와 불공정한 관행을 막아야 시장질서가 확립되고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재벌의 행태를 고쳐야 한다는 데는 찬성한다. 그러나 잘하고 있는 기업까지 분위기에 위축될 정도로 당선자측의 말이 강하다면 곤란하다.

재벌정책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이뤄질 때 ‘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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