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석종근/˝나는 대통령 인사권자다˝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8시 03분


“약수로 마음을 씻고 부정을 치유하자”, “푸른 산 맑은 물 깨끗한 선거, 우리가 만듭시다”, “세상의 근심과 행복이 선거에 있다”.

이 같은 화두가 깊은 산골에서 전국으로 울려 퍼졌다. 이 화두들은 올 초부터 공명선거 자원봉사 활동을 벌여온 ‘바른 선거를 위한 거창군민 모임’(이하 ‘거창 바선모’)의 캐치프레이즈다. ‘거창 바선모’는 이 운동으로 최근 ‘전국 자원봉사 대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즘 덕유산 깊은 산 속 옹달샘과 거창군 건계정 약수터에 가면 이 화두가 조각된 공명선거 장승과 표주박이 설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약수터를 찾은 사람들은 표주박으로 약수를 마시고 “그 깨끗함에 선거 부정의 찌든 때를 씻어내고, 그 차가움에 가슴속에 잠자고 있는 주권의식을 일깨웠다”고 말한다.

이 사업을 위해 거창 바선모 회원들은 봄부터 구덩이를 파고 지지대를 설치하며 묘종을 옮겨 심고 김을 메는 등 조롱박을 키웠다. 이들은 이어 10월 수확한 조롱박을 켜고 삶고 속을 판 뒤 다시 표피를 벗기고 말려 표주박을 만드는 전 과정을 자원봉사로 해냈다. 이 표주박을 판매해 장애인 박공예의 직업교육을 운영하는 한편 위 화두들을 새긴 공명선거 표주박들을 만들어 약수터 장승의 손가락에 걸어주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이 수익금으로 컴퓨터를 구입해 ‘장애인 사이버선거 부정감시단’을 운영한 일이다. 장애인들이 사이버 선거감시에 나선 것은 전국 최초의 일로, 현재 3명의 장애인들이 10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감시단은 지난 지방선거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사이버상의 위법 선거운동 14건을 고발해 삭제 조치하게 했다. 장애인들은 “사이버 공간에는 도로턱과 문턱이 없어 좋다”고 말한다. 사이버상의 선거부정 감시활동은 장애인이 일반인보다 비교 우위에 있음을 강조하고 제도적 보장을 요청하는 말이다.

세상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장애인의 선거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평소 그들의 불편함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거창 바선모는 이것을 실천하고 지키는 모임이다. 지역신문은 이러한 활동을 ‘산골에 울려 퍼진 엄정한 선거법 단속’, ‘마음을 씻고 깨우는 공명선거’란 제목의 사설로 쓰고 있다.

또한 바선모 회원들은 약수터에서 마음을 씻는 세심(洗心) 및 심소(心蘇)의 의식을 통한 공명선거 실천운동을 전개 중이다. 의식은 이렇게 하면 된다. 한 모금의 약수를 머금어 입 안을 청소한 후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안개처럼 뿜어낸다. 그리고 “나는 주권자다, 올바르게 주권을 행사한다”라고 외친다. 뼛속에 스며드는 약수의 찬 기운으로 마음을 깨치고(心蘇), 의식과 오장육부에 남아 있는 한 티끌의 부정이라도 모두 씻어내는(洗心) 것이다.

필자는 전국의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안한다. 아침에 약수터를 찾아가서 세심 심소의 의식을 행하자. 그리고 “나는 대통령 인사권자다, 나부터 바르게 투표한다”라고 외치자. 모든 국민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는 주권의식을 일깨워 이번 대통령 선거를 모든 국민이 마음으로 공감하는 진정한 공명선거로 치르자.

석종근 ´바른 선거를 위한 거창군민 모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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