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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8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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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는 장애인들이 한 표를 행사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들이 느끼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우선 장애인이 투표소에 쉽게 갈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2층에 투표소가 있는 경우는 더욱 접근이 어렵다.
선관위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집이나 병실에서 하는 ‘거소투표’를 권유하고 있으나 장애인 상당수는 심정적인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집에서 투표하라는 건 장애인은 아예 투표소에도 오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는 한 장애인의 얘기가 가슴에 박힌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도 찾아보기 어렵고 유세장 등에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통역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정부와 국민의 관심은 미흡하기 짝이 없고 사회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까지 소외된다면 100만명이 넘는 장애인 유권자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장애인들이 출입하기 어려우면 투표소 근처 거리와 자동차 안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투표소를 오갈 수 있는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다. 상당수 국가에서는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선거용 녹음테이프까지 만들고 있다.
당국은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장애인의 ‘투표장 접근’과 ‘선거정보 접근’을 ‘권유사항’으로 규정한 선거법 조항을 ‘의무사항’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 ‘함께 사는 세상’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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