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이인식의 과학생각´

  • 입력 2002년 12월 6일 17시 57분


◇이인식의 과학생각/이인식 지음/280쪽 1만3000원 생각의 나무

전기가 필요 없고 값싸며 쉽게 휴대할 수 있는 메모리 장치가 있다. 바로 ‘연필’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컴퓨터의 시대에도 연필은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38년 ‘연필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다’라고 예언한 뉴욕 타임스 사설은 오류로 판명됐다.

책의 첫 장 ‘누가 기술진보를 두려워하는가’의 주요 내용이다.

과학계 최신의 쟁점에서 성(性) 과학까지, 지금껏 저자가 다뤄온 과학세상의 지평은 사뭇 넓다.

이번 책에서 그는 과학전문저널과 논문집 속의 세상을 벗어나 ‘사회 속으로’ 들어간다.

엽기 신드롬, 포경수술, 일본의 세균전 부정, ‘창발성’ 용어논쟁, 둔황석굴 보존 등 사회 문화적 현상을 과학의 눈으로 되돌려 보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로 읽힌다.

인터넷은 지구를 하나로 묶는 힘인가? 정반대로, 인터넷은 국가를 분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다. 소수 민족들이 이를 통해 정치적 결사체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세계화도 ‘교역할 만한 자원을 가진 집단’ 누구에게나 쉽게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에, 21세기 세계는 소국가들의 독립에 유리한 환경을 열어준다.

우리 손자 세대에 서울에는 2000여명의 각국 대사가 주재할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미래를 바꾼다’ 장에서 설명되는 미래상이다. 아이가 태어난 뒤 집에 일찍 들어가는 등 ‘사람이 변했다’는 남자들이 많다. 단지 책임감 때문일까? 1999년 캐나다의 한 연구진은 배우자가 임신한 동안 남자의 체내에서 광범위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자연은 남자에게도 ‘아버지가 될 준비’를 시키는 셈이다. ‘모성애와 달리 부성애는 자연의 덕목이 아니므로, 미래의 가족은 여성 중심으로 해체될 것이다’는 ‘과학적’ 전망은 이에 따라 ‘과학적으로’ 반박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동아일보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격주로 연재된 같은 제목의 칼럼을 묶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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