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도청 파문]당사자 반응 極과 極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18분


도청 자료에 등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기자들은 “대부분 다 맞는 얘기”라고 시인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흥분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실무근” 일축〓김원기(金元基) 노무현 후보 정치고문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있을 수 없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응분의 법적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길(金正吉)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원기 고문이 청와대에 얘기한다고 청와대가 움직이느냐”며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전갑길(全甲吉) 의원도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인제(李仁濟) 의원은 “경선 때 지구당위원장들과 수없이 통화했다. 오래된 일이라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월 23일 KBS 박권상(朴權相)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 후보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도청자료에 나오는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완전히 소설이고 허위 날조이며 새빨간 거짓말이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KBS측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고위간부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 뒤 길환영 비서실장을 통해 “박 사장에게 물어보니 ‘기억이 안 난다. 이강래 의원과 몇 차례 개인적으로 사적인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 터무니없는 내용이다’고 대답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 사실”〓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사실이다. 전재희(全在姬)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그와 같은 얘기를 했다”고 흥분했다. 김종하(金鍾河) 의원은 “사실이다. 당시 내가 국회부의장이었을 때 일인데 아마 의원회관에서 도청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민경선 때 이인제 의원의 대변인을 맡았던 한나라당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이 고문께서 여러 번 이런 얘기를 했다. 실제로 내가 김중권(金重權) 전 대표와 만나서 ‘대구 경북 경선 때까지는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시인했다. 안상수(安商守) 의원은 “그 무렵 이부영(李富榮) 의원으로부터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의 탈당을 막기 위해 희망연대라도 소집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김부겸(金富謙) 의원도 “그때 미래연대 모임이 있어 심재철(沈在哲) 의원에게 연락했던 게 맞다”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 의원과 이부영 의원도 각각 통화내용을 시인했다.

▽기자들 “통화한 적 있다”〓한 석간신문 기자는 “기자실 전화기로 아침 일찍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총무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다. 통화요지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일간지 기자도 “그 무렵에 김만제(金滿堤) 의원과 통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도 “맞다. 통화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은 민병준 한국광고주협회장과의 통화내용에 대해 “그런 취지의 전화를 받아 의례적으로 답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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