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83…전안례(奠雁禮) 5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7시 55분


소나기에 흠씬 젖어버린 듯 신부 의상이 무겁게 들러붙어 있다. 땀? 이건 땀의 소린가? 땀의 소리라니 처음 듣는다. 인혜는 다시 한번 토하고, 갈색 토사물을 보았다. 아침에 먹은 깨죽을 전부 토하고 말았다. 이 아이를 위해서 억지로 먹었는데, 아이고!

문이 열리고, 파란 치마를 입은 수모(手母)차림의 인희와 인경이 들어왔다.

“와 그러나?”

“좀…”

“토했네. 물 좀 갖고 와라. 참 그라고, 종후 할배한테 좀 기다리라고 전해라”

인경이 안방에서 나갔다.

“…미안타”

“어쩔 수 없재. 홑몸이 아이다 아이가”

“우짜노. 얼굴이 얼룩덜룩해졌다”

“걱정할 것 없다. 우리가 다 이쁘게 해 줄 테니까”

인경이 사발에 물을 담아 돌아왔다.

“자, 시원한 물이다. 쭉 마시라”

인혜는 입을 헹구고 요강에 물을 뱉고, 한 모금만 입에 머금고 목을 축였다.

“더 마시라”

“너무 마시면, 식 올리는 중에 뒷간에 가고 싶어진다. 알라 갖고부터는 자주 가게 됐다”

두 언니는 인혜의 얼굴과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괜찮나?”

“괜찮다”

“힘 빼고. 우리가 수발 드니까 안심해라. 자, 가자”

하얀 한삼으로 손을 가리고, 그 손으로 얼굴을 가린 인혜가 두 언니의 도움으로 일어섰다. 안방에서 나오자 널마루에는 하얀 무명천이 깔려 있다. 인혜는 꽃신발로 사뿐사뿐 무명천을 밟고 대례상이 있는 마당으로 걸어나갔다. 신부의 입장을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던 친척과 동네 사람들의 입에서“아이구 이쁘다”“미남미녀가 따로 없네”란 감탄과 한숨이 새어나왔다.

“서동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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