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후보, '분권형 대통령제'에 답해야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8시 54분


정몽준(鄭夢準) 국민통합21 대표가 대통령후보 단일화 합의 직후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에게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제의한 데 대해 민주당측은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은 좋지만 당장 이 문제를 거론하면 ‘자리 나눠먹기’로 비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길게 뜸을 들여서는 안 된다. 노-정 선거공조가 달린 핵심사항이라는 것은 그들의 문제다. 그보다는 유권자인 국민이 노-정 단일화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후보는 정 대표가 제의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 공개적으로 가부(可否)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후보단일화 합의 이전에 매듭을 짓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옳은 순서였다. 시간에 쫓겨 못했다면 이제라도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노-정 단일화 합의는 이긴 쪽이 대통령후보를 하고 지는 쪽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두 정당간 정책 조율도 하기로 했다. 이는 두 정당이 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집권시에는 공동정권을 운영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념과 정책, 노선 등에서 이질적인 두 정파가 공동정권을 이루었을 때 파생될 수 있는 국정 혼란이다. 이는 지난 ‘DJP 연대’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이제 노 후보는 집권 청사진을 통해 단일화 세력간 권력분점에 따른 국정 혼란 가능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밝혀야 한다.

정 대표가 제의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노 후보가 명확한 답을 내놓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도 지체할 일이 아니다. 물론 그 답이 어떻든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의 최종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다만 국민의 바른 선택을 위해서도 이 문제를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루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정 단일화와 선거공조보다 중요한 것은 단일화 세력이 집권할 경우 어떤 권력구조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그 구체적 내용을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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