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적자금은 역시 '공돈'이었나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11분


검찰이 발표한 공적자금 비리의 실태를 보면 분노가 치민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회사의 기업주들이 사기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골동품을 사들였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회사에 국민의 혈세가 버젓이 투입됐다면 공적자금은 임자 없는 ‘공돈’이었던 셈이다.

부실기업주들은 이익을 부풀려 재무제표를 허위로 만든 뒤 이를 근거로 대출받은 돈을 마치 개인 돈처럼 쓰는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부실기업은 더 부실해지고 대출해준 금융기관에는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부 기업주들은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사기행각까지 벌였다니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심지어 회사는 망해 가는데도 별도의 비자금을 만들어 개인 소유 미술관에 골동품을 사들이거나 별장관리비 등으로 쓴 몰염치한 인사들도 적발됐다. 이들에게 회사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는데도 금융기관에서 거액의 대출이 나가고 결국 은행의 손실로 처리됐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기업과 은행에 국민의 혈세가 공적자금이란 명목으로 들어갔다면 공적자금 관리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다. 공적자금을 허술하고 무책임하게 관리한 책임을 가려내고 처벌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한 의무이다. 부실 기업주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공적자금 관리기관에 대해서도 잘못이 없었는지 가려내야 한다.

검찰은 부실기업주들의 횡령자금이 정계 관계 금융계 로비에 사용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호공사 전무가 공적자금 집행기관의 고위직이라는 자리를 이용해 특정기업을 특혜 지원했고 그 와중에서 김 대통령의 아들이 측근들과 함께 거액의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로 미루어 수천억원의 특혜지원이 아무 대가없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공적자금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하루바삐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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