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보내며]임길택의 '달밤'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47분


□달밤 /임길택

창이 훤해

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서니

열여드렛 달이

별들과 함께 나와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서로 서로를 비춰주며

땅내를 맡는 깊은 밤

숲으로 싸인 조그만 하늘

그 하늘 속 달빛 별빛에 기대어

온 골짜기에 잠 못 이룰 생각에

서성이다가 서성이다가

건축가 조성룡/ 김민수 전 서울대 교수

□건축가 조성룡씨가 김민수 전 서울대 교수에게

김민수 선생님, 지금 쯤 무등산 약사암으로 오르는 등산길의 가을 색깔은 환상적일 것입니다. 일주일 후면 의재미술관을 개관한 지 한해가 되는군요. 그 때 해 질 무렵 계곡 물소리 들으며 언덕을 올라 갔었지요. 이윽고 어둠이 깔리고 전시동 사이의 언덕진 길에 섰습니다. 새인봉(璽印峰)의 아름다운 실루엣을 배경으로 떠 있는 찬 빛 달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검은 산과 아직도 남아있는 하늘의 푸른 빛 사이에서 집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밤. 그 희미한 어둠 속에 가라앉은 낙엽들. 디자인은 삶에 대한 성찰이라고 하신 말씀을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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