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사 스튜어트

  • 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36분


◇마사 스튜어트 / 크리스토퍼 바이런 지음 / 최인자 옮김 / 392쪽 1만2000원 / 동아일보사

‘그는 미국인의 삶을 요리하고 바느질하고 페인팅한다.’ (시사주간지 타임)

‘마사의 순간(Martha Moment)’〓미국인들이 즐겁고 유쾌한 순간을 뜻하는(던) 말.

마사 스튜어트. 폴란드계 이민의 딸로 추레한 연립주택에서 자라난 ‘꿈만 많던’ 소녀.

오늘날 그는 마사 스튜어트 옴니미디어(MSO)의 최고경영자로 매년 수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억만장자가 되었다. 무엇을 팔아 성공한 것일까.

주부였던 그가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주문요리 사업이었다. 집에서 직접 만든 것 같은 요리에 환상적인 테이블 세팅을 곁들인 그의 솜씨는 고객을 매료시켰다. 그 후 그는 ‘살림법’을 팔았다. 요리법, 집안꾸미기, 옷만들기를 책과 잡지, 비디오에 담았고, TV쇼로 만들어 미국인 전체를 매료시켰다.

궁극적으로 그가 판매한 것은 ‘이미지’였다. 사소한 식탁 장식에서부터 집 뜯어고치기까지 ‘똑소리나게’ 풀어내는 아름다운 여인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정원의 장미 하나도 그의 손길, 아니 ‘살림법’이 닿는 순간 다른 색깔을 띠는 것처럼 여겨졌다. ‘총수님의 일정표’마저 ‘마사 회사’의 주요 상품이었다. 이 순간 마사는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하나 짚어보며 여인들은 성공한 여성의 삶을 꿈꾸었다.

그러나 지금 마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증권 내부자거래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까지 내다보는 처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정성껏 포장해 팔아온 ‘이미지’가 변색되고 물러지고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웃으로, 그 뒤 기자로 30여년 이상 마사를 지켜봐온 저자는 ‘마사 기업’이, 또는 이 여인의 퍼스낼리티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잠재력과 한계를 냉철하게 짚어낸다. 한마디로 마사는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열정의 화신이었다. 집을 고칠 때는 온몸이 멍투성이가 될 정도로 영혼을 바쳐 일에 매달리는 사람이 마사였다.

그러나 그의 열정은 자신을 태웠으며 이윽고 주변을 태우기 시작했다. 하루 네 시간만 잠자고 일주일 내내 일에 매달리는 그는 휴가여행마저 사업계획과 엮어 작전하듯 해치웠다. 완벽을 향한 그의 집착은 가족과 동료, 협력자들에 대한 분노로 불붙기 일쑤였다. 등을 돌리게 된 사람들이 그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아집에 찬 실상을 하나 둘 씩 거론하면서 그의 이미지 제국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꿈이 어떻게 극적인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동시에 이 책은 성공이 그 자체로서 생의 목표가 될 때 어떻게 개인을 옥죄고 변질시킬 수 있는지도 생생하게 알려준다. 책의 주인공은 “나의 성공은 우연”이며 “내적 평안이 우선”이라고 말해왔지만 그 반대의 삶을 살았고 그 양극의 긴장이 그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누가 읽어보아야 할까. 기존의 성공에 또 다른 성공을 보태기 위해 무엇이든지 참는 사람들, 나아가 남에게까지 언제나 참기를 강요하는 사람들. 단 하루만 이 책에 시간을 내주면 어떨까.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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