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여성의원 전용사우나 설치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33분


▼性형평 고려 설치하되 규모축소 바람직▼

국회예산안 심의에서 국회에 여성의원 전용 사우나를 만드는 안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여야가 담합한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비판이 있지만 여성의원 전용 사우나를 설치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남성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여성 국회의원은 17명뿐이다. 그러나 정당법 제31조 4항에서는 여성 정치참여의 폭을 넓히고자 전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하고, 비례광역의원과 지역구 광역의원의 경우도 각각 100분의 50 이상과 100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토록 하는 적극적 우대조치를 통해 정치 영역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다만 여성의원 1인당 3000여만원(전체 5억1000여만원)이나 들여 사우나를 설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므로 적정 수준으로 삭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정희 jayulaw@hanmail.net

▼‘안락한 여건’ 욕심보다 서민 위한 의정을▼

‘호랑이를 잡으라고 호랑이 굴로 들여보냈더니 호랑이가 돼 버렸다’는 어느 국회의원을 가리킨 말이 생각난다. 나름대로 큰 뜻을 품고 국회로 가면 생각주머니가 작아지나 보다.

모 TV방송배 유소년축구대회에서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선수들이 학교 재정상의 문제로 하복을 입고 경기에 임한다는 해설자의 설명에 가슴이 아팠던 기억도 난다.5억1000만원이나 들여 여성 국회의원 전용 사우나를 꼭 지어야 하는 것인가. 이런 것말고도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보다 뜻있게 해야 할 것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을 것이다. 최근 TV에서 본, “내가 만일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면 국민이 나를 국외로 추방시킬 것”이라고 말하며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덴마크의 어느 의원 모습이 떠올라 더욱 씁쓸함을 느낀다.

안양희 경기 양주군 남면 신산리

▼‘따라 짓기’ 선례 우려… 인근시설 이용해야▼

남성전용 사우나가 있기에 성평등 차원에서 여성의원용 사우나도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입법활동과 행정부의 견제기능으로 정기국회, 임시국회, 각 상임위원회로 활동하다 보면 심신이 피곤할 수 있다. 또 여성의 정치 참여폭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그 필요성이 강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 사우나 정도는 근처의 일반시설물에서 정당하게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우나를 설치하면서까지 의정활동 하기를 원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 의원들이 국회에 사우나까지 필요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국회에 사우나시설을 설치하면 다른 정부기관에도 줄줄이 설치해야 할 것이고, 그 예산은 어디에서 지출되겠는가. 더 긴요하게 쓸 곳이 많은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사우나를 설치하자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우윤숙 대구 달서구 두류3동

▼일 안하는 의원들 목욕비까지 부담하나▼

의원회관 지하에 있는 의원용 사우나는 남성 전용이기 때문에 여성의원용 사우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국민에게 참된 민주정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국회이고 보면, ‘세금으로 의원들 목욕비까지 부담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우나는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심신의 피로를 풀면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남성용 여성용을 따지기에 앞서 우리 국회의원들이 언제 사우나가 필요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이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면 그보다 더한 시설이라도 갖추어야 되겠지만 그동안 민생법안 처리에서 보여준 국회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다.

남성의원과 여성의원간의 형평성 문제는 남성의원용 사우나를 폐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굳이 사우나가 필요하다면 기존 시설을 개축해 남녀 의원들이 융통성 있게 활용하면 될 것이다.

17명에 불과한 여성의원의 사우나를 위해 5억1000여만원이나 들일만큼 우리나라가 여유 있는 나라는 아니다. 주거공간조차 없어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아는 국회라면 감히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참다운 선량(選良)이 되어 주길 거듭 당부드린다.

곽규현 경남 양산시 하북면 순지리

■‘국회에 여성의원용 사우나를 설치해야 하나’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집계결과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은 반대 84.2%, 찬성 15.8%였습니다.

다음주 ‘독자토론마당’의 주제는 ‘양성(兩性) 평등 채용목표제’입니다. 최근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는 내년부터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남녀 관계없이 한쪽 성(性)이 특정 직군에 몰리지 않도록 소수자쪽에 가산점을 부여해 30%를 할당하는 ‘양성 평등 채용목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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