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공포의 7번타자’ LG 최동수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8시 58분


9년 동안의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올 포스트시즌에 맹활약하며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떠오른 LG 최동수(오른쪽).-동아일보 자료사진
9년 동안의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올 포스트시즌에 맹활약하며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떠오른 LG 최동수(오른쪽).-동아일보 자료사진
LG 최동수(31)의 모자엔 작은 글자들이 잔뜩 새겨져 있다.

숫자 62번과 7번은 시즌중 입대한 팀동료 서용빈과 플레이오프전에 고관절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된 김재현의 등번호. 그 옆엔 영문으로 ‘Go for it’이라고 적혀져 있다. “힘내자, 열심히 하자는 의미에서 적어 놓았다”는 설명이다.

‘Go for it’이 최동수에게 최면을 걸었을까. 그의 방망이는 올 포스트시즌에서 마술을 부리고 있다. 그야말로 자고 나니까 유명해진 ‘깜짝스타’.

준플레이오프에서 7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더니 플레이오프에선 더욱 폭발적인 화력을 과시중이다. 1차전 연장 11회 결승 3점홈런 포함, 2홈런 4타점. 2차전에선 팀이 1-4로 뒤진 9회 1사 1,2루에서 우중월 2루타로 추격의 발판을 놨다.

정규시즌에서 타율 0.243에 4홈런 31타점에 불과했던 최동수는 올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16타수 7안타(0.438)에 2홈런 7타점으로 신들린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때문인지 타석에 서면 먼저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밝혔다.

최동수는 오랫동안 ‘그저 그런 선수’로 지냈다. 94년 2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할 때 그의 포지션은 포수. 하지만 당시 LG엔 김동수(현재 SK)와 김정민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98년엔 조인성까지 포수진에 가세, 벽은 더욱 두터워졌다.

98년 최동수는 서용빈의 포지션인 1루수로 전향했으나 시즌중 1루수와 포수를 번갈아 맡는 ‘땜방’ 역할에 그쳐야 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린 것은 지난해. 주로 대타나 1루수로 94경기에 나선 최동수는 타율 0.293에 6홈런 31타점으로 방망이 실력을 증명했다. 올해 연봉이 900만원 올라 프로 9년만에 4000만원대에 간신히 진입한 것도 지난해 성적을 인정받아서였다.

이제 LG에서 그는 없어선 안될 존재다. 더구나 1루수 서용빈이 시즌중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팀내 비중은 더욱 커졌다. ‘공포의 7번타자’로 자리를 굳힌 최동수는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누가 가장 좋아할 것 같느냐”는 물음에 “부모님과 여자친구”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년 시즌을 마친뒤 여자친구에게 면사포를 씌워줄 계획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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